20대에 옳다고 생각한 것이 바른 것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더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쉽네요”

2002년 45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며 이기준 총장 퇴진운동을 주도한 구정모씨(법학ㆍ98)는 졸업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입학 당시 정의로운 법학도로서 소외된 사람을 돕고 싶었다는 구씨. 그는 선배들과 함께 갔던 도원동 철거촌에서 철거민을 도우려던 주민들이 용역 깡패에게 희생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법과 그 법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학생운동에 대한 열정은 자연히 학생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구씨는 이기준 총장 퇴진 운동 당시를 회상하며 “최근 이기준 전 총장의 교육 부총리 임명 논란을 봐도 당시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쟁 당시 만명이 넘는 학우들의 서명과 지지, 교수님들의 제명 철회 요구가 큰 힘이 됐다는 그는 “특히 단식농성 때 이름도 모르는 학우들이 음료수를 건네며 격려해준 것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제명되면 재학생 입영 연기가 취소돼 바로 징집될 처지였기 때문에 “학교와 국가가 함께 나를 탄압하나 싶었다”며 웃었다. 한편 “선거 때 반성폭력, 여성주의 축제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는데, 4월에 제명되고 상반기 내내 제명 철회 투쟁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공약을 실행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창시절 수업 시간을 되돌아보며 “1학년 ‘민법 총칙’ 시간에 토지의 소유권과 사유권 중 소유권을 우선한 판례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하지 않고 소유권 절대주의로 흐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다가 교수님께 ‘법적인 사고(legal mind)’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은 “사법(私法)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전공 수업도 주로 공법(公法) 중심으로 들었으며, 법대 과목보다는 교양과목과 사회과학 분야 수업을 우선해서 들었다”는 것이다.

교내 활동 외에도 다양한 학생운동에 참여한 구씨는 “교육학생연대 대표로 활동할 때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던 사립학교법이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전국 학생연대회의 의장으로 활동했던 2002년 대선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방대, 전문대에서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공약에 반영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학생운동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사회단체, 노동조합 등 사회운동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운동은 1년 단위로 사업을 집행하고 결과를 평가하므로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게 되지만, 사회운동은 긴 호흡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구씨는 “20대에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른 것이고, 그 가치를 지킬 때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조세희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후배들에게 “학생운동이나 사회에 대한 치열했던 관심을 계속 간직하고 살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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