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원예학과ㆍ석사졸업)

‘졸업’ 이란 단어를 앞에 적어 놓고 보니 지난 시간들이 하나씩 생각이 납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찾아간 수원 캠퍼스에서 교수님을 뵙던 떨림과 낯선 실험실 사람들과 쑥스럽게 인사했던 기억.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선사하며 나의 스트레스를 다 없애준 수원 캠퍼스의 아름다움. 매일 아침 식물체가 있는 온실에 달려가 문을 활짝 열고 나의 귀여운 아이들(식물체)의 밤새 안녕을 확인하던 설레임. 서울대학교 농생대 역사에 길이 남을 캠퍼스 이전으로 1학기 여름을 온통 이삿짐을 싸고 풀고 하며 고생한 것과 새 건물에서 새롭게 더 열심히 하겠다던 다짐들. 잘 되지 않는 실험 때문에 밤을 새고 힘들어 하던 제게 아낌없이 주셨던 선생님들과 선후배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

원예학을 공부하면서 비록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그들이 온몸으로 전해주는 기를 받고 그들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매주 있는 과 세미나를 통해서 원예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여러 학회에 참여하면서 이 땅에 수많은 원예학도들이 원예발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여기저기 매스컴에서 들려오는 국내 종묘회사들의 다국적 기업으로의 합병과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농촌의 소식에 원예학과 동기들과 함께 마음 아파하고 더 열심히 하여 우리가 경쟁력이 되자고 했던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서 저의 지난 학교생활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기억들은 앞으로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졸업을 한다는 기쁨도 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무척 많습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대학원을 마칠 때쯤이면 프로다운 멋진 모습으로 변해있을 거란 기대에도 어딘가 2% 부족한 모습이고, 애착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실험하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었다는 아쉬움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든 농촌의 현실에 당장 제가 공부한 결과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도 무척 아쉽습니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200동 농생대 건물의 수많은 실험실을 보면서 한국 농업에 대한 작은 희망 하나를 가집니다.

끝으로 저를 지도하셨던 원예학과 김병동 교수님과 분자유전학 실험실의 모든 선후배님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학우 여러분들도 언제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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