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샨지(식품영양학과ㆍ박사졸업)

한국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한국 최고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중국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이젠 6년이란 세월이 흘러 익숙해져 버린 이곳을 떠나야 한다. 허전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졸업은 끝과 시작을 의미한다. 끝은 학생 딱지를 떼게 된 것이고 시작은 사회로의 진출이다. 학생으로서 시작한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끝을 맺게 되다니 세월이 유수와 같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음식과 언어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조선족이라서 한국어를 잘한다고 자부했지만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50% 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에서 일본어를 제1외국어로 배운 내게 영어 교재는 정말이지 끔찍했다. 당시에는 박사과정이 아니라 석사과정조차 졸업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영어 원서를 읽고 영어로 발표논문을 쓴다. 한국 음식도 처음에는 입에 안 맞았지만 지금은 삼겹살, 된장찌개, 불고기 모두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됐다. 석사, 박사과정 동안의 유학 생활은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하나의 목표를 실현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허전함, 미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등 만감이 교차한다. 최근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생의 취업률이 점점 낮아져 박사 학위가 더 이상 밝은 미래로 통하는 ‘통행증’이 아니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서울대에서 얻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중국에 돌아가면 훌륭한 교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나는 서울대 학생의 저력을 믿는다. 서울대의 모든 졸업생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다시 한번 비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 졸업생 모두에게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원한다.

한국에서 6년 동안 지내면서도 한국 생활을 많이 체험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 더 많은 것들을 기억에 담기 위해 캠퍼스 곳곳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다. 먼 훗날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이 사진들이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사랑과 관심으로 지도해주신 백희영 교수님, 학업의 기회를 주신 구자두 회장님께 이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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