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우(종교학과ㆍ04)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관악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입니다. 철없고 앳되었던 새내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벌써 선배가 되어 후배를 맞을 준비에 부산합니다. 새내기들이 학교에 들어오고, 후배들이 학년을 더하며 선배가 되는 2월의 막바지. 곧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찰 자리를 떠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졸업을 맞는 선배님들입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언젠가 관악에 들어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배님들이 뿌린 땀과 눈물을 존경합니다. 젊은 시절 품은 벅찬 꿈을 향해 오늘껏 치열하게 달려오신 선배님들의 노력과 열정에 우렁찬 박수를 보냅니다. 실로, 선배님들이 적잖은 시간 동안 캠퍼스에 머물러 보여준 많고 다른 꿈과 삶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빛이 되었습니다.

혹여 오늘의 졸업을 성취의 기쁨보다는 다가올 현실의 무거움으로 느끼실 선배님이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많은 선배님들이 그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졸업의 주인공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까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찬 도약의 길을 당당히 딛는 선배님들의 용기 때문입니다. 포부와 이상의 깃발을 표표히 든 채, 폭풍 속으로 의연히 향하는 그 기개 때문입니다.

실로 현실은 거짓과 비진리(非眞理)와 불의가 지배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질만능주의의 주술이 인간의 영혼을 갉아 먹은 지 이미 오래요, 진실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를 내동댕이친 탐욕과 허위가 의기양양하게 진리로 행세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인간의 가치마저 물질의 척도로 환산, 그가 지니는 효용성만을 오로지 평가하는 현실 속에서 인간 본연의 존엄성은 이미 그 발붙일 자리를 잃었습니다. 잘 아시겠지요. 교문 밖으로 한걸음 나서면, 이러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선배님들이 더욱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나의 빛’, 자랑스러운 모교의 교훈을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껏 닦아왔던 진리의 배움으로 현실을 밝혀 주십시오. 지금껏 달려왔던 열정과 노력으로 비진리와 불의에 항거하며 진리의 빛을 밝혀주십시오. 비록 그 밝기가 처음에는 미미하다 할지라도, 선배의 진리가 나의 빛이 되고, 우리의 빛이 되고, 마침내 해처럼 찬연한 사회의 빛이 되어 떠오르면 선배님들은 비로소, 진정 자랑스러운 우리의 선배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진리의 빛을 품고 나가신 선배님들을 믿고 우리는 그 빈자리를 마음 놓고 열심히 채워나가겠습니다. 관악의 구석구석을 선배님 못지않은 치열한 사유와 성찰로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우리를 믿고 이제는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언젠가 다시 만날 때까지, 선배님들의 분투를 기원합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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