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알리고 싶어”

▲ © 강정호 기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첫 장면에서 쓰고 있던 빨간 모자가 경계선을 넘어 북한 쪽으로 날아가 당황해 하던 백인 여성, KBS ‘러브스토리’에서 마릴린 몬로와 그레이스 켈리 역을 재연하던 대역 배우.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영국 출신의 방송인 마리아(인류학과ㆍ석사수료)다.


마리아는 5년 전, 원래 섭외된 외국 여자 배우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담당 PD가 어학당을 찾아다니며 연기를 해 볼 생각이 있는 외국인 학생을 섭외하던 과정에서 발탁돼 방송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에 오기 전 영국에서 아마추어 모델로 활동했고 연기도 했었다는 마리아는 ‘웰컴 투 코리아’, ‘생방송 세상의 아침’ 등의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로, ‘공동경비구역 JSA’, ‘백정의 딸’, ‘러브스토리’, ‘타임머신’ 등에서 연기자로 활약했다.

마리아는 원래 동양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영국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면서 남들이 흔히 하지 않는 특이한 것을 찾아 한국어를 부전공하게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98년에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것을 계기로 한국에 터를 잡은 그녀는 민속학을 공부하고자 01년 가을학기에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지금은 대학원 수료 후 「방송에서 무속의 모습」이란 주제의 논문을 준비하며 직접 굿판을 찾아다니고 있다.

입학 후에는 특혜를 받고 들어온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고,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음에도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들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현지 학생이 유학생과 같이 다니며 학교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우미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 학교에는 아직 외국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학업과 방송을 병행할 계획인 그녀는 “단지 재연 배우가 아닌 ‘연기자’가 되고 싶고, 한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싶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 장차 BBC나 CNN의 기자가 돼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그녀는 “외국에서는 데모, 홍수, 북한 정도가 한국의 이미지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한국 문화를 깊이있게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엔 힙합댄스도 배우고 한국어도 꾸준히 연습한다는 야무지고 당찬 그녀의 활약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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