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글교육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소중한글’ 홍창기 대표이사와 김우현 이사를 만나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 40자만 알면 모든 단어를 소리 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언어 발달이 뒤처지거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H2K’의 홍창기 대표이사와 공동창업자 김우현 이사는 한글교육 애플리케이션 ‘소중한글’을 통해 이런 아이들을 돕는다. ‘Happiness to Kids’란 H2K의 의미처럼, 이들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H2K가 '소중한글'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한글은 '소중한' 글이면서 '소'리 '중'심 글자다. 아이들은 소중한글을 통해 한글 음소를 보고 들으며 자연스레 한글을 익힌다.
H2K가 '소중한글'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한글은 '소중한' 글이면서 '소'리 '중'심 글자다. 아이들은 소중한글을 통해 한글 음소를 보고 들으며 자연스레 한글을 익힌다.

홍창기 대표와 김우현 이사는 적절한 교육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거나 발달이 더딘 아이들에게 효율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열쇠는 ‘소리’에 있었다. 사물의 그림이 그려진 낱말카드나 책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의미 중심 한글교육 대신 소리 중심 교육을 시도한 것이다. 홍 대표는 “배움이 느린 아이는 글자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보다 소리를 먼저 읽게 하는 교육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H2K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소리 중심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한글과 그 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한다. 자음을 소리의 세기에 따라 여린 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로 분류하는 것에 착안한 게임이 그 예다. 이 게임은 화면상 가장 높은 곳의 열매에선 된소리가, 가장 낮은 곳의 열매에선 여린 소리가 나도록 설계됐다. 아이들은 특정한 자음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거센소리면 높은 곳을, 여린 소리면 낮은 곳을 향해 활을 당겨 점수를 얻는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음을 소리의 세기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홍창기 대표와 김우현 이사는 한글 교육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 각각 전산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오히려 이를 한글교육과 접목해 더 큰 효과를 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이뤄지던 한글교육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인공지능은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도입된 인공지능은 훌륭한 한글 선생님이다. 김 이사는 “소중한글의 인공지능은 제공되는 게임에 따라 아이가 어떤 결과를 내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활동을 단계적으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H2K가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H2K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교육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김우현 이사는 “둘 다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아 힘들었다”며 “그래서 처음엔 한글교육 전문가에게 구한 조언을 바탕으로 그들의 아이디어를 애플리케이션에 구현해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스스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실제 애플리케이션에 담아내는 것까지 할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H2K가 소중한글을작년 한글날을 기념해 무료로 배포한 만큼 재정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들은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를 받아 극복했다. H2K가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의 응원 덕분이었다. 홍 대표는 “자폐 학생이 소중한글로 한글을 잘 배우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로부터 받은 첫 평가였기에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H2K는 지금도 더 넓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우현 이사는 “H2K가 대전에 위치한 만큼 대전 지역 아동 센터, 다문화센터와 연계해 한글교육 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홍창기 대표는 “소중한글을 통해 수집한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 맞춤형 한글교육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다양한 시도 속에도 H2K가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원칙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H2K가 소중한글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따뜻함은 오늘도 많은 아이들이 읽어낸 한글의 뿌듯함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 손유빈 기자

yu_bin07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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