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대전환기와 대학의 미래
플랫폼 대전환기와 대학의 미래
  • 대학신문
  • 승인 2019.03.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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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학원이근
국제대학원
이근

요즘 유행하는 개념으로 플랫폼이라는 것이 있다. 특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단 사람들이 생활하고 서로 연결돼 생업에 종사하는 기본 공간이나 기반 정도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약속을 잡아 만나기도 하고, 도시락도 사 먹고, 기차를 기다리기도 하는 기차역의 플랫폼을 연상하면 된다. 인류가 수렵 생활을 거쳐, 농업을 시작하고, 영토를 넓혀서 제국을 만들고, 산업화와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후, 민족국가의 세계화가 이뤄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에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땅”이었다. 땅에서 농사를 짓고, 생활하고, 땅 위에서 전쟁을 벌이고, 땅에서 자원을 캐내고 공장을 짓고, 땅 위에서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켰다. 물론 이 땅으로 접근하기 위해 바다를 이용하고 또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플랫폼은 인류가 등장한 이래 땅일 수밖에 없다. 한편, 이 플랫폼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및 연구기관이 유사 이래 존재했는데, 가장 최근까지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며 남아있는 교육 및 연구기관은 단연코 대학이다. 우리의 경우엔 전근대 시대의 성균관, 향교, 서원, 서당과 같은 기관들이 근대의 플랫폼과 플랫폼 활용방식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소멸하고 지금의 근대 교육기관으로 대체됐는데, 이 근대 교육기관 중에서도 대학은 근대 플랫폼과 그 활용방식을 이해하는 가장 최첨단의 교육 및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이 플랫폼과 플랫폼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학문과 전문성을 발전시켜왔고, 이 플랫폼에서 생활을 영유해야 하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역할도 비교적 훌륭히 수행해 왔다.

그런데 수천 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0세기 후반부터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의 연결로 등장한 사이버 공간, 혹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우리가 사이버 공간의 위력을 실감한 사건이 바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인데, 컴퓨터 키보드의 클릭 한 번으로 상상을 초월한 액수의 돈이 전 세계를 옮겨 다니는 사이버 공간의 세계에서 우린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땅에 버금가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알리는 서곡이 아닐 수 없다.

이제 21세기는 기존의 땅이라는 플랫폼 위에 이 디지털 플랫폼이 이중으로 겹쳐지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논란이 많은 개념이지만 4차 산업혁명이 초연결의 시대를 만들고 있고, 여기서 생겨나는 데이터가 21세기 경제의 새로운 연료가 되고 있다. 5G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도 땅이란 플랫폼과 디지털 플랫폼을 동시에 타고 달리게 되고, 스마트 시티와 IoT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이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다 연결해 버릴 것이다. 물건을 사는 것도 소비하는 것도 배달하는 것도 다 이 플랫폼을 통과해야 하고, 여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우리를 더더욱 이 디지털 플랫폼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는다. 국방도 이제 두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는다. 빅데이터를 통해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경제활동과 문화 활동, 그리고 생활 전반이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거치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생겨나는 변혁을 과연 우리 대학은 따라가고 있을까? 기존의 강의방식은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를 반영할 수 있을까? 기존의 분과학문은 이 “두 플랫폼 이야기”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솔직히 우리 대학은, 특히 문과 교육과 연구는 이런 인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 상태다. 그동안 쌓여온 연구와 교육은 거의 전부가 전통적인 플랫폼에 관한 것이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새로운 플랫폼 시대에 교수(특히 문과의 경우)보다 학생들이 더 이 플랫폼에 대한 지식 및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 내보내야 하는 대학에서 학생이 교수보다 더 이해도가 높다면, 대학은 과연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지금의 대학도 조선 말기의 서당이나 향교와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학문의 융합뿐만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융합되는 교육방식이 생기거나, 아니면 교수들이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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