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문재인 20대 남녀 지지 차이, 그 배경을 짚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주 한국갤럽 설문 응답자 중 52%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그 비율은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44%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나며 정권 초기에 비해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녀의 평가가 현저히 갈린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3월 둘째 주 기준으로 20대 여성의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56%, 20대 남성의 긍정률이 36%로 나타났고, 이에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젠더 갈등’ 때문이 아니다=조사 결과를 두고 남녀 간 반목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남성과 여성이 격렬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문 정부가 친(親)여성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의사 차이가 ‘혜화역 몰카 규탄 시위’로 대표되는 젠더 갈등보다 먼저 나타났다”는 사실을 근거로 20대 남녀 지지율 차이의 근본적 원인은 젠더 갈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남녀의 정치의식이 갈라진다”며 이번 지지율 격차 역시 세계적 추세의 일면일 수 있다고 평했다. 김석호 교수(사회학과) 또한 “남녀 사이에 혐오가 존재할지언정 이를 정권지지까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김소라 강사(여성학 협동과정)는 20대 남성이 여성과 친(親)여성 정부 때문에 자신의 삶이 괴로워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정부가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구현하지 못했다”며 “여성들의 정치적 요구는 남성의 각박한 생활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주의 학회 ‘달’의 방승현 학회장(지리학과·14) 역시 “불법촬영 문제, 낙태죄 폐지 의제 등 페미니스트의 주장이 거의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페미니즘 탓을 하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 등에 따른 불만을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전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대 남성이 겪는 고통과 그에 따른 지지율 이탈을 젠더 갈등과 페미니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다만 장덕진 교수는 “20대 남성들이 여성의 지위 향상 요구에 따른 결과를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반작용이 본래 존재했던 남녀의 정치적 의사 차이를 고조시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20대 전반이 정치권에 포진한 386세대의 대표성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며 “그럼에도 20대 여성은 여성 인권의 성취를 위해 386세대와 연대할 여지가 남아 지지를 거두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을 제시했다.

◇시선을 돌려야 한다=그렇다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 김석호 교수는 “20대 남녀의 차이에 대한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지율 하락을 ‘젠더 정치’의 틀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청년의 불안한 삶과 사회의 여성 차별을 은폐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칼럼에서 “청년의 척박한 현실은 기성세대의 무책임과 정치권의 무능으로 청년이 적절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20대 남성의 지지율 저하를 맞이한 지금, 성별 논리로 대립하기보다 사회 전반의 불공정한 분배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승현 학회장은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며 “이전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며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논했다. 

장덕진 교수는 “정치권이 정책에 대한 토론 대신 혐오를 공급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승현 학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 언론이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편승한다”는 불만을 표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고조되고 정계가 술렁이는 지금, 돌아선 20대 남성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젠더 갈등̓으로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 해결책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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