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는 불나방에게나 줘 버려
자기계발서는 불나방에게나 줘 버려
  • 이승완
  • 승인 2019.03.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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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취재부장<br></p><p>이승완<br></p>
취재부장
이승완

 

밤길에 가로등을 보면 항상 불나방이 불빛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들은 매일 밤마다 쉬지도 않고 그 일을 반복한다. 가로등 밑에는 지쳐 떨어진 이들이 여럿 보이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불나방은 불을 쫓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불빛이 무엇이기에 그들은 그토록 그에 목매는가’, 물음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불나방이 불을 쫓는 건 순전히 착각 때문이다. 지구의 역사로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하늘에 보이는 빛은 별밖에 없었고 나방들은 그 별을 나침반 삼아 다른 먹이를 찾으러 이동했다. 그러나 인간이 불을 발명하고 나자 밤하늘에 보이는 빛이 무수히 많아졌다. 나방들은 새로운 빛들이 다 별인 줄 알았다. 그 빛들을 쫓다보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침반을 따라서 갔을 뿐인데 아무 데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모순. 불나방들은 빛이 이끄는 데로 따라갔는데 왜 다음 길이 나오지 않느냐고 불평할 것이다. 이 불평을 가로등 불빛이 들어줄 리는 없다. 옆에 있는 다른 나방들에게 말해도 소용없다. 그들 역시 착각 속에 불빛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서점에서 항상 베스트셀러 자리에 놓여 있는 자기계발서를 읽어 보면 ‘가로등 불빛은 여기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성공을 말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말하고, 누군가는 행복을 말한다.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은 너무나 많다. 그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 또한 저마다 제각각이다. 

설령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정말 맞는 이야기를 하는 책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인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목표들은, 대개 모든 이상향이 그렇듯,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며,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지쳐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은 떨어진 이들에게 노력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떨어진 이들도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때문에 몇 번을 떨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들은 더 많이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는다. 그런 이들에게 사회는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떨어진 이들은 다시 목표를 위해 살아간다. 

그 목표는 정말 자신이 원했던 목표였을까. 자신이 원래 쫓았던 별은 온데 간데 없고, 가로등 불빛만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어디로도 자신을 데려가지 못하는 것을 향해 칠전팔기한다는 건 얼마나 헛된 일일까. 심지어 그게 헛된 일이란 걸 모르는 건 가장 큰 비극이다.

하지만 불나방은 원래 빛을 쫓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빛을 쫓았다. 빛은 어디까지나 다음 길을 찾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자체가 길은 아니었다. 지금의 불나방들은 그걸 잊었다. 삶을 위해 노력하는데 노력이 다시 삶을 좀먹고 있다면 그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일까. 자기계발서는 불나방에게나 줘버리자. 이우진 화백의 말을 빌리면, “실현해야 할 나가 있지도 않거니와 따라야 할 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새 3월도 절반이나 갔다. 이번엔 꼭 달성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새해 다짐은 온데 간데 없고, 이제 봄이니 진짜 시작해야지 하고 마음먹었지만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사실 시작조차 하지 못한 건 내가 세웠던 목표가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인지, 어떤 불빛을 쫓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섣부르게 노력하지 말자. 그냥,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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