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학년이 되고 하루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내게 되면서 생활반경도 자연스레 그 인근으로 좁아졌다. 끼니 역시 인근의 감골식당이나 사회대 신양관에 위치한 ‘CU’ 또는 ‘파란코끼리’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중 ‘파란코끼리’는 2017년 입점 당시만 하더라도 동기들 사이에서는 가성비가 좋지 않은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 학생들에게 만 원에 달하는 메뉴들을 판매하면서 실상 그 양이나 맛은 상당히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한 카페 ‘커피앤티’도 마찬가지다. 2016년 사회대 신양관 카페입점을 새로 받을 당시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점업체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업체 선정에 반영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정된 업체는 ‘커피앤티’라는 전대미문의 업체였다. 물론 처음 들어본 업체면 어떠하랴, 필자는 맛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커피앤티’가 영업을 개시한 첫 날, 뜨거운 라떼 위에 얼음 몇 개를 띄운 것을 ‘아이스 라떼’라며 받아들었을 때의 심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내 입점업체들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이 비단 필자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학식이 당기지 않는 날에 동기들끼리 모여 점심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파란코끼리 가자”보다는 “차라리 시켜먹자”는 말이 그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캠퍼스에 들어선 수많은 업체들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역으로 학생들의 복지를 저해하는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불투명한 교내 입점업체 선정 과정이 존재한다. 현재 캠퍼스 내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업체들은 학생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학교와 업체 간 계약을 통해 학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청취되지 않거나, 청취되더라도 ‘커피앤티’의 사례에서처럼 참조용 정도로만 다뤄지고 있다. 물론 학교가 학생들에게 입점계약 내용을 일일이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들 업체의 주된 소비자인 만큼, 최소한 어떤 과정을 거쳐 특정 업체를 선정하게 됐는지 합리적인 설명 정도는 제시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교내 입점업체의 존재 의의는 학생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있다. 학생 복지와 관련된 사안에서 학생들이 완전히 배제된다면, 이보다도 아이러니한 것은 없지 않을까.

결국 핵심은 교내 입점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의 투명성 증진에 있다. 어디서 오셨는지 모를 업체들은 학생들도 반기지 않는다. 이제는 질문을 던질 때다, “교내 입점업체, 어디서 오셨나요?”

 

 

권형구

정치외교학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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