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에 치이고 골목 상권의 눈총 받아… 갈 곳 잃은 프랜차이즈
본부에 치이고 골목 상권의 눈총 받아… 갈 곳 잃은 프랜차이즈
  • 대학신문
  • 승인 2019.03.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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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프랜차이즈에 얽힌 이해관계를 들춰보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야기할 때 빈번하게 통용되는 말 중 하나로 ‘갑을관계’를 들 수 있다. 계약서상 당사자들을 단순 지칭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이 말은 언제부턴가 권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甲)이 상대적 약자인 을(乙)에게 하는 부당 행위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와 골목 상권과의 관계는 이런 갑을관계의 프레임 하에서 인식되곤 한다. 프랜차이즈 매장은 소비자에게 개별 점포보단 ‘올리브영’ ‘BBQ치킨’과 같은 추상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기억되며, 강자와 약자의 프레임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포는 브랜드와 확장성을 내세워 영세 상인들을 위협하는 갑으로 치부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자영업계에서 프랜차이즈 역시 나름의 고충과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때론 갑으로, 때론 을로 취급되는 프랜차이즈의 현실을 조망하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고용되지 못한 을(乙)들의 종착역, 프랜차이즈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증가율이 하락하고 제조업의 역할이 줄어드는 오늘날, 기존에 존재하던 양질의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요원하다. 더욱이 임금피크제와 워크셰어링, 아웃소싱 등이 노동 시장에 보편화되면서 고용 안정성 역시 위협받게 됐다. 이에 2000년대 이후 노동자들은 퇴직 이후의 삶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기 어려워진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눈을 돌리는 곳은 자영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5%로 OECD 평균인 17%를 훨씬 웃돌며, 창업 이유 중 생계형 창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63%로 OECD 평균인 26%와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을 기준으로 창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자영업자들 중 창업 준비 기간이 6개월보다 적은 경우는 74%에 달한다. 한국프랜차이즈연구원 한대열 가맹거래사는 “자신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나 기술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는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며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분석했다. 본사가 매장 운영과 서비스, 조리 등에 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지속적 사후 관리까지 해줌으로써 점주들의 부족한 경험을 메워준다는 점이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겐 매력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수익구조, 현대판 소작농

스타벅스에서 신메뉴가 출시됐다고 하면, 우리는 어느 스타벅스 매장을 가든 같은 초록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이 같은 메뉴를 팔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처럼 우리는 동일 프랜차이즈에서 어느 매장을 가든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표준화가 불가피하며,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엔 표준화를 매개로 온·오프라인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표준화를 위한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점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불공정한 비대칭적 비용 분담 구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과 비용 압박은 본사의 그것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점주를 힘들게 하는 것은 표준화에 드는 비용만이 아니다. 2010년대 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배달 앱 시장은 자영업자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급속도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를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딜리버리 히어로’와 같은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92%, 59%에 달한다. 이러한 배달 앱은 주문을 대신 받아주는 대가로 자영업자들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요구한다. 문제는 배달 앱 시장의 독과점화가 진행됨에 따라 수수료 역시 착취의 성격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가장 규모가 큰 업체인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가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면서 경영자가 임의로 수수료를 책정함은 물론, 앱의 상단에 업체를 노출해주는 광고시스템을 점주가 활용하기 위해선 경쟁적으로 추가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 앱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총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추가적 지출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순이익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각각의 앱이 개별적으로 수수료를 요구하기에 여러 군데의 배달 앱에 등록한 가맹점의 경우 노동 강도 대비 수익은 오히려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회 측은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할 때 가맹 점주들은 협의에서 제외되고, 프랜차이즈 본부와 배달 앱 업체 간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며 “소비자와 점주 그리고 배달 업체의 중간에서 이들을 조정하고 감시할 수 있는 중간자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개별 가맹점들은 배달 앱을 포기할 수 없다. 배달 앱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포기하면 잠재적 소비자들도 함께 잃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살아나기 위해 프랜차이즈 점주도 ‘을’을 자처하며 출혈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 포식자: 병(丙)에게 을(乙)은 갑(甲)이다

프랜차이즈 점주가 항상 약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동종 프랜차이즈 매장이 급속도로 증식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수직 상승하지만 개별 가맹점의 매출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침체되는 현상이 만연하다. 이에 점주는 자신과 가족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해 노동자 고용을 최소화하고,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을 시키며 간접적으로 비용을 전가하기도 한다. 관악구청 인근의 GS25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점주인 아버지와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일하던 편의점을 그만두었다는 김태윤 씨는 “힘든 일은 아니지만 약속된 업무 외의 일을 시켜 스트레스로 인해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갈수록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져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철식 정책위원장은 “안정적 상권 확보가 개별 점포의 수익과 직결되지만 프랜차이즈 본부는 점포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으로 로열티 확보에만 주력한다”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결국 본부가 점주에게 떠넘긴 비용이 다시 점주에서 노동자로 연쇄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내려온 규정이 파트타이머에게 강요되는 것 또한 문제다. 알바노조 측은 “표준화를 특징으로 하는 프랜차이즈는 근로자에게도 엄격한 복장과 용모 기준을 적용한다”며 “노동자들은 이런 규제를 큰 부담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의 프랜차이즈와 개인 호프집 모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세민 씨는 “아무래도 프랜차이즈는 복장이나 행동에 대한 규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지만, 개인 호프집에서 일했을 때는 어느 정도 자율성이 보장됐는데 프랜차이즈는 그렇지 않아서 아쉽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위해선

프랜차이즈의 무차별 입점은 골목 상권을 파괴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친숙하고 체계화된 서비스가 기존 점포들의 손님을 흡수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 프랜차이즈 매장을 즐겨 찾는다는 대학생 서덕진 씨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골목 상권에 비해 맛이 일정하고 위생적인 느낌이 든다”며 “낯선 곳에 가면 프랜차이즈를 찾는 게 실패하지 않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등장해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박리 정책을 펼침에 따라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실질적으로 퇴출되고 있다. 청주 성안길 상인회 박종명 정책이사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무차별적이고 대규모로 입점하게 되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던 기존 상인들은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지난 2015년 프랜차이즈와 비프랜차이즈 제과점의 퇴출률*은 각각 0.99%, 2.60%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박종명 정책이사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 인근 상권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으나 임대료가 오르고 매출이 프랜차이즈로 쏠려 상권이 죽기도 한다”며 “중요한 것은 난립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역시 2000년에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율규약으로 80m 출점제한을 두는 것을 담합이라고 주장했으나, 정부의 프랜차이즈 과밀해소 지시 명령에 따라 작년 12월 프랜차이즈 자율규약을 허용했다. 더불어 지난 1월 공정위의 표준가맹계약서를 편의점 업계가 적극 수용하면서 장사가 잘되지 않는 점주가 가게를 접기 위해 본사에 내야 했던 위약금이 상당 부분 면제되기도 했다. 공정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맹사업거래/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 역시 본부와 점주 간 분쟁을 줄이고 정보가 원활히 교환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자영업의 하나인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들려오는 희소식이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도 활로가 돼 줄 수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를 국정과제로 내세워 상가임대차법을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임대료 인상 폭의 상한치가 기존 9%에서 5%로 하향 조정되며, 임대차 존속기간도 10년으로 유지하고자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약 8.6년 정도의 임차 기간이 보장돼야 임차인이 권리금 미수령 시에도 투자자본 회수가 가능한데, 이번 개정을 통해 이 임차 기간이 보장되며 자영업자들의 생존도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사회 제도는 물론 본사와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 주체들과 엮여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따라서 모두가 문제의식을 갖고 공동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상생을 통해 건강한 시장경제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퇴출률: 전체 점포 수 대비 폐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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