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보다 나무를 보는 자의 『대학신문』 읽기
숲보다 나무를 보는 자의 『대학신문』 읽기
  • 대학신문
  • 승인 2019.03.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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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나온 『대학신문』을 1면부터 읽어나가는 동안 학교가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고 충돌하는 사회임을 새롭게 실감했다. 1~3면에 소개된 학내 소식 중에는 처음 접하는 것도 있어서, 연구실과 강의실만 오가는 고인물 대학원생이라는 핑계로 시야를 좁혀 온 것을 급하게 반성했다. 8~9 두 면에 걸친 기획기사 ‘함께 갑시다, 녹두’도 재미있었고, 11면의 느티나무 캘린더에 나오는 행사 목록까지 탐욕스럽게 읽었다.

학교 밖으로 나오면 워낙 범위가 넓은 만큼 주제에 따라 편차가 발견되기도 했다. 우선 4면이 ‘문재인 20대 남녀 지지 차이, 그 배경을 짚다’라는 표제에 온전히 부합하는 내용이었다고 확언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취재기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기사에서 출처로 제시한 한국갤럽에서 매번 ‘대통령 지지율’이 아닌 ‘직무 긍정률’이나 ‘국정 지지도’로 표현해 달라고 언론에 당부하고 있기는 하나, 물론 이 요청을 꼭 받아들일 의무야 없으므로 별 문제는 아니다.) 기사에서 취재원들은 성별에 따른 지지도 차이를 젠더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는데, 삽화에선 젊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투고 있었다. 때문에 주제에 대한 『대학신문』의 관점을 명확하게 읽어내기 어려웠다. 이 지면에서는 취재기사보다 두 배 가까이 긴 특별기고문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을 대하는 진보의 자세’를 싣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나도 싶다. 청년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론가의 의견에 앞서서 실제 20대 개개인의 목소리를 취재해서 들려주었다면, 그리고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할 때 분야별 정책 평가 결과도 함께 분석했다면 기사에서 즐겨 쓴 말인 “본질”을 더 잘 짚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유익한 것은 6면에 실린 취재기사 ‘배리어프리, 문화 속 장벽을 없애다’였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현재 한국에 사는 장애인들이 문화생활에서 겪고 있는 소외를 공연, 전시, 작품의 주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알 수 있었다. 기사 전반에 걸쳐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을 드러내고 개선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점이 특히 좋았다. 학교 강의실에서도 장애인을 배제하는 요소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3면의 ‘불법 촬영물 권하는 사회, 그리고 이 시대의 윤리’에서 고개 숙여 눈물 흘리는 피해자를 중심에 놓은 삽화는 피해자의 불행을 관음하는 태도를 답습하는 것으로 읽힐 우려가 있지 않을까. 불법 촬영에 대한 문제의식은 14면 ‘대학쌀롱’에서도 보였지만, 가해자의 시점을 빌린 “후회하고 있어요” “괜한 치기 때문에” 같은 표현은 오히려 가해자의 악의를 희석하고 불법 촬영 및 유포를 가벼운 일로 취급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피해자의 시점에서 가해자의 모습을 직시하고 폭로하는 데 『대학신문』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기사마다 소제목 형식이 다른 것이 눈에 띄었다. 2면에서는 삼각형 불릿이 쓰였는데 4면에서는 마름모꼴 불릿이었으며, 5면과 7면에서는 불릿 없이 가운데 정렬로 고딕체를 사용했는데 6면의 소제목 글꼴은 명조체였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박수지 

언어학과 박사과정·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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