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와의 점심 식사에서였다. 관정도서관이 정말 좋지만 시험 기간엔 그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론 개방된 공간에서의 공부를 즐기지 않는 터라 한 번도 관정에서 공부를 해보지 않은 나로선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남들의 시선 때문인가, 혹은 공공장소에서 과도하게 떠드는 이들 때문인가. 답변은 의외로 단순했다. 커피 반입 금지 규정 때문이었다. 시험 기간에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공부를 하려면 커피가 꼭 필요한데, 관정엔 생수를 제외한 음료 모두를 반입할 수 없어 커피를 마시며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하단다. 나는 그런 단순한 이유만으로 투정을 부리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콧방귀가 뀌어지는’ 투정이었다. 당연히 책을 보는 공간이기에 색과 향이 있고 당분이 있는 음료는 책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러나 재차 생각해보니 친구를 포함해 관정을 이용하는 대부분이 도서관의 책이 아닌 자신의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도서관에서 열람한 자료를 참고하며 공부하는 이도 분명 있을 테지만, 시험 기간엔 자신이 직접 준비한 자료와 책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런 경우엔 책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음료 반입금지 규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생수는 반입 가능하지만 생수와 동일하게 무당 무취 음료인 ‘하늘보리’ 등의 차류는 반입 불가라는 도서관 측의 처사가 어쩌면 그저 도서관 관리를 간편화하려는 행정편의주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학내 커뮤니티에도 음료수 반입 규정이 완화됐으면 좋겠다는 게시글이 더러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글을 보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관정 내에도 음료 섭취가 가능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게 어렵다면 시험 기간에 준하는 때만이라도 도서관을 운영하는 측이 음료 반입을 허용하는 융통성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그동안 음료 반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때문에 도서관 내에서 모든 음료류를 차단하는 것이 도서와 도서관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분명 있다. 본 문제에 관해 여러 주체로부터의 많은 고민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고민 끝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결국 양심의 문제다. 학생 측은 학생으로서의 양심에 맞춰 도서관 환경을 스스로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한편 도서관 운영 측은 운영 주체로서의 양심에 맞추어 학생들에게 최적의 공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도서관 환경 조성과 관련한 이 문제는 한쪽의 희생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므로 도서관과 학생 사이의 대화가 필요하다. 물론 대화 과정에 있어서 서로의 이익에 따른 문제가 당연히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는 ‘양심’에 따라 서로가 적극적인 실천을 한다면 분명히 두 주체 간 의견의 틈을 좁혀 효율성과 규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해결책을 찾으리라 믿는다. 

김현진 불어불문학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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