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머크레이 키런 <br></p><p>국제대학원 박사과정<br></p>
머크레이 키런
국제대학원 박사과정

이번 달 정부가 대기 오염을 ‘사회재난’이라고 선언했다. 미세먼지가 중국을 비롯한 내륙 지방에서 넘어오는 것이 이번 문제의 원인으로 흔히 지목된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 발전으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공기가 생성돼 왔고, 공기는 국경에 국한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황해를 가로질러 불어오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인공 강우를 추진하는 공동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중 간 협력이 바람직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국내 대기 오염원부터 잡는 것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논의를 시작하기 좋은 곳은 한국의 에너지 부문이다. 한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에 점점 더 의존해 왔다. 2017년 한국의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에서 석탄‧화력발전은 최대 비중인 45%를 차지했으며, 세계 6대 석탄 발전소 중 3개가 충청남도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2022년까지는 9개의 석탄 발전소가 추가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석탄 의존도 증가는 국내 대기 오염도 증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 발전량이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36%까지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만큼 감축하는 것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미가 있을까? 실현은 가능할까? 석탄‧화력발전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에너지 수요는 무엇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까?

우선 확실한 후보는 환경적 이점은 물론 경제적 이점도 있을 수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다. 최근 ‘carbontracker.org’와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에서 나온 보고서들에 따르면, 태양열 에너지‧풍력 에너지‧리튬 이온 전지 등에 드는 비용이 줄어듦에 따라 장차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의 수익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된다. 석탄에 투자를 계속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앞으로 상당한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한 에너지 공급 업체는 화석 연료 시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쓴 돈이 약 1,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의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를 나라 전체 발전량의 20% 수준까지 증가시키기로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열대 지방도 아니며 그렇게 땅이 넓지도 않다. 태양열 발전 및 풍력 발전은 에너지 수요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을까? 국민들은 생계를 위해 저렴한 에너지에 의지한다. 예를 들어 현재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노란 조끼” 현상을 들 수 있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다양한 문제 중에는,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제정된 석유세금에 대한 불만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석탄 발전을 감축하기로 약속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의 감축도 약속했다. 이 목표들은 서로 호환이 가능할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의 원자력 발전량은 점점 감소해 왔다. 에너지 수요는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석탄 발전 생산량은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한국이 심각해지는 대기 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은 일본만큼 자연 재해가 발생하는 나라가 아니다. 심지어 일본은 이미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한계가 있는 것도 감안하면 석탄보다는 원자력이 실용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물론 원자력 발전도 당면한 문제들이 있다. 나라의 에너지 생산 계획은 결코 한두 가지 변수만 고려해 결정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려면 마스크를 써야 할 때마다 원자력 발전소 감축이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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