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달 탐사의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에 인류가 최초로 걸음을 내딛은 지 50년이 된 올해, 달 뒷면 탐사가 최초로 진행됐다. 중국이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달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됐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신문』에서는 달 탐사의 현주소와 달이 품은 가능성에 대해 조망하고, 국내에서 진행하는 달 탐사의 현황과 한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달 뒤편의 문을 연 창어 4호

지금까지는 미국과 소련이 주도적으로 달 탐사를 진행해 왔다. 1958년부터 루나 1호를 시작으로 달 탐사에 도전하기 시작한 소련과 미국은 이듬해부터 경쟁적으로 달 궤도에 발사체를 달 궤도에 진입시키기 시작했다. 1959년 9월에 소련은 루나 3호를 통해 달 뒤편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1969년에 미국이 쏘아 올린 아폴로 11호는 최초로 유인 달 탐사에 성공했다.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승무원들은 달의 앞면 탐사에 성공했으나 달 뒤편에 대한 탐사는 수행하지 못해 달 뒷면은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앞면만 볼 수 있다. 게다가 달 뒷면은 통신 문제로 착륙이 어려워 달 앞면에 비해 깊이 있게 탐사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지난 1월 3일에 무사히 달 뒷면에 착륙하자, 사람들은 중국이 어떻게 창어 4호를 착륙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창어 4호의 성공적인 착륙을 도운 것은 라그랑주 점에 위치해 달 뒷면의 탐사선과 지구 사이의 통신을 담당한 통신중계위성 ‘췌차오’(烏鵲橋)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 최기혁 박사는 “라그랑주 점은 달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을 의미한다”며 “라그랑주 점에 위성을 투입하면 위성은 달이나 지구를 돌지 않고 그 지점에 머물거나 후광(Halo) 궤도*를 따라 원 운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췌차오가 투입된 지점은 라그랑주 점 중에서도 달 뒷면에 위치한 L2 후광 궤도였다.(그림①) 이 덕분에 췌차오가 보낸 전파는 달에 가로막히지 않고 착륙선과 지구를 이어줄 수 있었다. 마치 고정된 한 자리에서 불빛을 비춰주며 선박의 길잡이가 돼주는 등대처럼 췌차오는 라그랑주 점 근방을 배회하며 탐사선과 지구 사이를 잇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중국은 창어 4호를 통해 자국이 통신 중계 기술뿐만 아니라 초저온을 견딜 수 있는 탐사 장비도 갖춰서 큰 기술적 전진을 이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방효충 교수(KAIST 항공우주공학과)는 “달은 밤에 영하 150도까지도 떨어진다”며 “극한의 온도를 견디며 달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탐사선과 착륙선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 탐사 로버 ‘위투(玉兎)-2’는 이미 세 달 동안 세 차례 달의 밤을 견뎠다. 최기혁 박사는 “위투-2는 플루토늄 238을 핵분열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 히터(RHU)를 사용해 로버의 중요 부품들이 얼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소설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탐사차량 속 플루토늄 원자력 전지를 꺼내 따뜻한 목욕을 즐긴 것과 같은 원리다.

한편 창어 4호가 착륙했던 폰 카만 크레이터는 사회적 의미가 깊은 공간이다. 폰 카만 크레이터는 항공우주과학자 폰 카만의 이름을 따 명명된 크레이터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충돌 분지로 알려진 사우스 폴 에이킨 분지 내부에 위치한다. 최기혁 박사는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인 첸쉐썬(钱學森)이 폰 카만의 제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인물을 상징적으로 기념하고자 이 크레이터를 착륙 지점으로 정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국에서 최초로 로켓 미사일 제작소 원장을 맡으며 인공위성 등을 제작했던 첸쉐썬은 ‘중국 로켓의 아버지’나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며 중국에서 추앙받고 있다.

달에 숨겨진 가능성

중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의 몇몇 선진국들은 꾸준히 달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풍부한 자원의 매장지이자 심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서 달의 숨겨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매장된 자원을 들춰내 보면=달에는 희소하면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다고 알려졌다. 헬륨3, 우라늄, 백금, 희토류 등 다양한 자원이 달에 묻혀있으며, 특히 이 중 헬륨3은 핵융합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권세진 교수(KAIST 항공우주공학과)는 “헬륨3은 헬륨의 동위원소* 중 하나로, 핵융합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지만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라고 말했다. 최기혁 박사는 “헬륨3은 불필요한 방사성 물질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미래 청정 핵융합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며 “헬륨3은 오래전부터 태양에서 날아와 축적됐기 때문에 달 표면에 다량 분포해 있다”고 설명했다. 중수소와의 핵융합을 거쳐 막대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헬륨3은 1g으로 석탄 40톤의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생산량이 높다.

그러나 달에 묻힌 헬륨3을 지구에서 활용하기까지는 아직 경제적 한계가 존재한다. 헬륨3을 채취하기 위한 달 토양 처리 장비나 발사체 등의 장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사용 가능한 에너지 자원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오늘날에는 큰 금액을 부담하고 헬륨3을 채취해오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나 재사용 발사체를 활용해 발사 비용을 낮추는 등 채굴 비용이 적어지고 지구에서 자원의 희소성이 점차 커지면, 헬륨3의 경제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정민섭 박사는 “경제학자들이 보기에는 달에 묻힌 자원을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자원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보다 더 크다”며 “달은 한 마디로 신대륙에 비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들은 풍부한 에너지지원과 개발 가능성을 지닌 달을 선점하기 위해 우주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달이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관문=달은 태양계 행성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달에 비해 6배 정도 중력이 강한 지구에서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달에서는 더 적은 에너지로도 발사체 추진이 가능하다. 중력이 약한 달에서는 대기권 탈출에 드는 에너지가 비교적 적어 연료 탑재 및 소비량이 적고, 이는 발사체의 크기와 무게를 감소시킨다. 정민섭 박사는 “지구에서 아폴로 11호를 달로 보내기 위해 쏘아 올린 새턴-5 로켓에 비해 귀환을 위해 달에서 발사했던 우주선은 규모가 매우 작다”며 “중력 차이 때문에 달에서는 아주 작은 로켓만으로도 지구로 귀환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권세진 교수는 “국내에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위치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나로호의 무게는 140톤이었으나, 달에서 같은 무게의 위성을 우주로 보낼 경우에는 나로호의 1/100 정도의 무게를 가진 로켓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달은 화성 등 다른 행성을 탐사할 때 중간 기착지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약한 중력뿐 아니라 달에 매장된 다량의 얼음도 달이 중간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최근 하와이 지구물리행성학 연구소는 나사(NASA)의 근적외선분광법측정 자료를 재분석해 달의 표면 중 태양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극지방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기혁 박사는 “달의 북극 지역에 약 6억톤 정도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며 “달에서 물을 얻게 되면 지구에서 출발하는 로켓에 물 외의 화물을 더 실을 수 있어 달 탐사의 효율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거운 물을 지구에서부터 실어오는 것에 비해 효율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얻은 물은 달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최 박사는 “태양광이나 원자력전지로 물을 분해할 경우 산소를 얻을 수 있다”며 “사람의 호흡을 돕거나 액체화를 통해 귀환용 로켓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달의 수자원을 이용해 자체 재배한 식량 자원을 조달받는다면 지구에서 쏘아 올리는 발사체의 무게를 한층 더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이점을 바탕으로 나사는 달을 전진기지로 삼아 유인 우주 탐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들의 계획에서 달 궤도 플랫폼 ‘게이트웨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게이트웨이는 나사가 현재 구축 중인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달 궤도를 돌며 접근하는 비행체와 결합해 중간 기착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달에서 자원과 물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면 게이트웨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효충 교수는 “현지에서 물을 포함한 자원을 조달할 수 있다면 탐사선 운영이나 연구 기지 건설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에 첫걸음을 내딛을 한국

국내에서 독자적인 달 탐사를 진행한 역사는 길지 않다. 방 교수는 “한국은 공식적으로 2015년에 달 궤도선 개발을 시작했다”며 “국내에서 달 탐사를 시도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1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민섭 박사는 “궤도선 제작 과정에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지 않아 2021년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며 “사전 연구 기간인 지금 더 중요한 작업은 달에 착륙한 후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달 궤도선과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발사체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시험발사체를 151초간 정상적으로 가동하며 발사에 성공했다. 권세진 교수는 “시험발사체 발사를 통해 이제까지 개발한 75톤 추력의 로켓엔진이 비행 중에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됐다”며 “이는 2021년에 발사될 예정인 누리호와 같은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거쳐야만 할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설계·제작된 1단 로켓을 탑재했던 나로호와 달리 이번 시험발사체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로켓엔진이 장착돼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달 궤도선은 우리나라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분명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타국보다 독특하거나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방효충 교수는 “해외의 우주개발 관련 기술이 이전되지 않아 오로지 독자적으로 연구해야 하므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달 탐사와 우주 개발 연구의 기초가 되는 기술이 국방과 안보에 적용되는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권세진 교수는 “우주발사체 기술이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유사하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주 개발은 국위와 관련해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미 우주개발의 선두에 있는 국가들이 과거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술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 방효충 교수는 “좋지 못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달 탐사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응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국내 달 탐사 시도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통해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시도를 하며, 향후 태양계 행성 탐사를 시작할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방 교수는 “이번 달 탐사는 이로써 완성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 우주개발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인류가 달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분명 달이 미래 인류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시도하고 있는 달에 대한 연구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한 걸음이 되길 기대해본다.

 

*후광(Halo) 궤도: 라그랑주 점 주위의 위성 궤도. 지름은 약 18만km이며, 타원면과 직각을 이루는 면에 위치해 있다.

*동위원소: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로, 같은 수의 양성자를 갖고 있으나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자핵으로 이뤄진 원소를 의미한다.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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