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서울대’의 연관검색어로 ‘성희롱’ ‘성폭력’ ‘연구 부정’ 등이 상위에 제시되고 있다. 그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교수에 의한 갑질 및 성희롱 문제로, 이제 서울대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비위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 자체도 부끄러운 문제지만, 사후적으로라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묻더라도 그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는다. 여러 측면에서 종합 대책 마련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구성원이 납득할만한 징계 규정이 조속히 마련되는 것이 절실하다.

법인화 후 서울대는 사립학교법을 준용해 징계 절차 및 세부 내용 등을 정했으나, 교원 징계세부 조항을 정관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르면 징계 의결 요구를 받은 후 최대 3개월 내 징계 결정을 내려야 하나, 이것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파면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징계는 정직 3개월인데, 파면 결정의 무게와 후폭풍이 고려돼 절대 가볍지 않은 사안에서도 이것이 사실상 최고 수준의 징계로 작동하는 경향도 크다. 최근 큰 이슈가 된 몇 사례에서 과연 정직 3개월이 합당한 수준의 징계인지에 대해서는 학내 구성원도,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지 못했다. 인권센터의 조사 및 징계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명확한 규정이 불비한 상황에서 징계 결정 당사자들마저 엄중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작년 H교수 사건 이후 교무처는 교원징계규정을 마련해 공식적인 학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고, 올해 7월 중 평의원회 의결을 거쳐 이를 공표하고자 했다. 하지만 평의원회는 교원징계규정 제정 이후 징계 수위 조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관련 논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후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가중되고 그들이 속한 학문공동체가 심각한 내상을 겪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징계규정과 관련해 학내 의견이 제대로 수렴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학내기관 간 공문의 형태로 처리되는 ‘의견조회’가 과연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공론화 방식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른바 ‘결재 라인’으로부터 거리가 있는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떤 내용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어떤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사후적으로라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서울대의 교원징계규정 제정과 관련된 논의는 그 내용과 절차 모두에 있어서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본부는 이것이 아무리 논쟁적이더라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며, 그 과정을 지연시키는 것에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 서울대의 위상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학내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신뢰에도 되돌리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이다. 새 집행부는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 걸맞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합당한 내용을 갖춘 징계규정 마련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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