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내 외국인 학생 수는 14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대에만도 1,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정규 학위과정에 재학 중이고 대학원에는 외국인이 전체 학생의 9%나 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외국인들은 까다로운 입학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고 입학 후에도 수업을 듣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내국인에 비해 장학금 혜택도 적고 외국 학제와의 차이로 2학기 입학생이 많은데 기숙사 배정은 1학기 위주로 이뤄져 기숙사 입주에 있어서도 크게 불리하다. 

유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와 같은 여러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근본적인 것은 언어 문제다. 지난해 12월 3일 서울대 다양성위원회에서 432명의 학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2%는 한국어 전공 수업을 거의 혹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43.8%가 한국어 능력 부족을 학업의 최대 장애물로 꼽았다.

유학생들을 위해 영어 수업을 늘리거나 한국어 수업에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이 활용될 수도 있으나 이는 입학 후 한두 학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 한국에서 유학한 학생이라면 그 졸업생을 필요로 하는 어떤 분야에서든 그 사람이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기대할 것이므로 영어 수업의 확대가 유학생들의실력 향상이나 진로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대학이나 대학원 학업을 수행할 정도 한국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이는 전적으로 학생의 부담이다. 또 이런 노력의 결과가 입학을 보증하지도 않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 역시 크다. 중국이나 일본의 대학에서는 연구생 제도를 도입해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바 우리도 연구생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한국어는 부족하지만 학업 능력이 충분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연구생으로 받아 한국어 연수 기간에 전공 스터디나 세미나에 참석하게 하고 기초 전공 과목을 청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해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 능력을 갖추게 되면 입학을 허가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진학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한국어 연수에 집중할 수 있고 전공 적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공 기초 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 대학은 한국어 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입학 후에도 원활한 학업 수행을 돕기 위해 읽기와 쓰기 교육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도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유학생 대상 한국어 글쓰기 교육이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학습으로는 전공 서적을 이해하고 논문을 쓰기 위한 충분한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 그러므로 장기간에 걸쳐 상설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의무화해 학생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학내에는 한국어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이를 활용하면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서울대는 유학생 제도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국제화를 도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 서울대가 앞장서 외국인들의 원활한 학습을 도울 수 있는 방안과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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