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이, 특히 필자와 같이 조금 여유로운 정규학기를 보내고자 하는 학생들은 더욱, 계절학기에 관심을 가진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학과 카톡방이나 서울대생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질문이 넘쳐나는데, 어떤 과목이 계절학기 때 열리는가가 자주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다. 계절학기로 수업을 ‘넘기면’ 정규학기가 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몇몇 학생들은 졸업이나 본과 진급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계절학기를 듣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매 학기 계절학기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수요조사에 응한 학생 수가 보통 20명을 넘어야 강의가 개설되는데, 이때 학생들은 서로 도움을 요청한다. ‘생물학 실험’이나 ‘대학영어 1’처럼 인기가 많은 과목은 보통 20명을 훌쩍 넘기지만, 수요자가 애매한 과목을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타 학생들에게 수요조사 인원을 늘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학부 강의의 경우 그러한 노력이 불필요하다. 불필요하다기보다는 쓸모가 없다. 어차피 개설되지 않을 것인데, 수요조사 참여 인원을 굳이 늘려 무엇 하겠는가? 올해에도 계절학기에 ‘화학’과 ‘화학실험’ 과목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은 각각 18명, 25명으로 정족수인 20명에 근접하거나 초과했지만,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그래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관론이 가득하다. 여태껏 화학부 강의가 계절학기에 개설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왜 화학부만 계절학기 수업을 개설하지 않는지 학사과에 문의해 봤다. 학사과에서는 과목 개설 여부는 각 단과대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 화학부 행정실로 연락을 돌렸다. 화학부 행정실은 필자의 질문에 대해 교수님들께서 회의 후 결정하신 내용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명쾌한 이유를 제시해 주지 않았다.

수업 개설 생각이 없다면 수요조사의 목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계절학기 수요조사가 꼭 방학 중 강의의 개설에 자료로 사용될 뿐 아니라 정규학기 개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정규학기 수강 수요자와 계절학기 수강 수요자는 다를 수 있을뿐더러, 매년 수강신청 기록이 축적될 텐데 굳이 계절학기 수요조사 자료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학생 입장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한 학과에서만 수업을 개설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학과의 교수님들에게도 방학 중 수업은 달가운 일이 아닐 터인데 말이다.

따라서 화학부에 1) 수요조사에서 정족수를 넘긴 과목을 개설해 주거나, 2) 개설하지 않을 경우 수요자가 있는데도 강의를 개설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해 주기를 요구한다. 강의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는 서울대를 기대한다.

 

이미르

의예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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