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snu.ac.kr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snu.ac.kr

내년부터 한국 인구는 감소하게 된다. 수년 전부터 많은 매체에서 이야기하던 미래의 인구절벽이 마침내 현재의 이야기가 됐다. 인구 통계 발표가 나올 때마다 그렇듯 언론에서는 정부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실패를 비판하며 단순한 출산 및 보육 지원 정책을 넘어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끝이다. 언제나 똑같은 레파토리다. 그런 이야기를 한 지 벌써 족히 10년은 넘었다. 사회 시스템 당연히 고쳐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말만 10여 년 동안 했지만 고쳐진 것은 거의 없다. 굳어진 시스템이 단순히 정권이 바뀐다고, 정책 몇 개를 시행한다고 변화할 수 있을까? 설령 변화하더라도 그 변화는 서서히 일어날 것이고 우리는 이미 닥친 인구감소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생산인구 감소는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지난 세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한국은 좋든 싫든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를 겪은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인력 부족 중 상당 부분을 이주노동자로 메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그 정도를 말하긴 힘들지만, 이주노동자 규모는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규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리 잡는 업종도 확대될 것이다. 흔히 우리는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주로 공장 노동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에 따라 서비스업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주노동자가 고용될 것이다. 1년 전쯤 일본 도쿄에 갔을 때를 떠올려본다. 돈을 아낀다고 편의점 음식을 많이 사 먹었는데 이주노동자가 근무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나라지만 그 속도는 한국이 더 빠르다. 저런 풍경이 한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현실이 될 수 있다. 즉 앞으로는 TV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만 나오는 줄로만 알았던 이주노동자를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작년 제주도에 고작 500명의 난민이 왔을 때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떠올려보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악덕사장에 의한 폭언, 임금체불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평범한 사람인 우리와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인터넷을 보면 다문화 가정, 이슬람, 중국인 등 이주자 및 외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득실대고 그 수위도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다. 물론 인종차별은 어떤 이유에서건 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지금 인터넷상에서 인종차별적 표현들이 현실의 갈등을 불러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이주노동자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상황, 그것도 노동자와 고객으로 접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이러한 인종차별 행위는 더는 가상공간상의 윤리 문제를 넘어 현실에서의 직접적인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요즘 유럽 축구 관련 인종차별 이슈를 다루는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글을 쓰는 지난 토요일에도 클럽 감독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경기 중단과 같은 단호한 대처를 할 것이라 밝혔다는 한국 인터넷 기사가 많이 실렸다. 기사에 달린 댓글은 하나같이 ‘인종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단호한 대처가 너무 멋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렇게 우리 모두 인종차별이 옳지 못한 행위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기사들 바로 밑에 있는 몇 달 전 스페인 축구 1부 리그에 진출한 한 중국 선수에 대한 기사의 댓글난을 한 번 훑어보자.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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