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뽑아놓고 막상 들어오니 ‘나몰라’ … 글로벌인재전형 가을학기 입학생의 눈물
‘덜컥!’ 뽑아놓고 막상 들어오니 ‘나몰라’ … 글로벌인재전형 가을학기 입학생의 눈물
  • 주시현
  • 승인 2019.03.31 0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 서울대 '가을학기 입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글로벌인재특별전형’(글로벌인재전형)은 학사 입학전형 중 유일하게 가을학기에도 신입생을 선발한다. 글로벌인재전형 후기 모집에 합격한 50~100여 명의 가을학기 입학생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2학기를 시작하는 9월에 입학해 새 학년을 맞이한다. 행정적으로 이들은 입학 연도에 따라 학번을 부여받지만, 실제로는 한 해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의미로 ‘점오’(.5)라는 이름으로 불리고는 한다. 

위는 글로벌인재전형 지원자와 입학자 수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파랑: 지원자, 초록: 입학자) 통계자료에 의하면 글로벌인재전형의 지원자와 입학자 수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특히 2016년과 비교했을 때 2018년 입학생의 수는 거의 두 배가량 증가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3,000여 명의 신입생 중 약 6%에 해당하는 수치다. 입학본부는 지원자와 입학생의 수가 앞으로도 늘 것으로 전망했다.
위는 글로벌인재전형 지원자와 입학자 수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파랑: 지원자, 초록: 입학자) 통계자료에 의하면 글로벌인재전형의 지원자와 입학자 수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특히 2016년과 비교했을 때 2018년 입학생의 수는 거의 두 배가량 증가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3,000여 명의 신입생 중 약 6%에 해당하는 수치다. 입학본부는 지원자와 입학생의 수가 앞으로도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점오’(.5) 학생들은 입학 후 계속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가을학기 입학생에 대한 학교의 배려와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가을학기 입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 문제를 파악하고, 서울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돌아봤다.

글로벌인재특별전형 입학생, 네가 궁금해!

글로벌인재전형은 ‘세계 각국 우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전형으로, 서울대는 이 전형을 통해 외국인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수학 중인 우수 재외국민 학생을 선발한다. 글로벌인재전형은 자격요건에 따라 두 개의 전형으로 다시 나뉘는데, 부모와 본인이 모두 외국인(시민권자만 인정)인 경우 글로벌인재전형Ⅰ, 초·중·고교에 해당하는 12년 교육과정을 모두 해외에서 이수한 ‘전 교육과정 해외이수자’ 혹은 ‘재외국민’은 글로벌인재전형Ⅱ에 해당한다. 대학원은 봄학기와 가을학기 두 번에 걸쳐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학사전형 중에선 글로벌인재전형이 유일하게 후기 모집을 통해 가을학기에도 신입생을 선발한다. 

글로벌인재전형 후기 모집은 5~6월에 학기가 마무리되는 외국 고등학교 졸업생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글로벌인재전형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학생이라면, 봄학기와 가을학기 구분 없이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글로벌인재전형 전기모집에 합격한 이한용 씨(산업공학과·17)는 “학생들은 대체로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의 학기제에 따라 전기와 후기 입학 지원을 결정한다”며 “타지의 한국학교를 졸업한 경우 전기에, 국제학교 혹은 외국에서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 후기에 지원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전기 모집과 후기 모집으로 입학한 신입생 사이엔 별다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학기 신입생들은 봄학기 입학생들과 다르게 제도적인 미비 속에서 학교생활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겪고 있다.

가을학기 입학생의 현위치, “알아서 하는 것이 익숙해요”

◇입학식 없이 입학하는 ‘가을학기 입학생’=가을학기 입학생을 위해 별도로 진행되는 학내 행사는 거의 없다. 입학식도 없으며, 가을학기 입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오티)이나 신입생 환영회(신환회)는 과뿐만 아니라 단과대 단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가을학기 입학생들은 선배를 소개받거나 전공과 학과 분위기 전반에 대해 안내하는 행사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학생활의 첫날을 맞이하게 된다. 

가을학기 입학생들은 글로벌인재전형으로 입학한 일부 선배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매년 입학하는 학생이 워낙 소수이기에 자신을 도와줄 선배를 찾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글로벌인재전형의 특성상,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학과에 입학하는 후기 입학생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가을학기 입학생인 강어진 씨(건축학과·17)는 “글로벌인재전형 입학생을 위한 모임을 통해 몇몇 공대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건축학과에서 같은 전형으로 입학한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며 “학과사무실에 전화했지만 직원들 또한 가을학기 입학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첫 학기에 전공 관련한 정보를 얻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경영대 백두반 부대표를 맡았던 김나경 씨(경영학과·18) 또한 “지난해 가을학기에 입학한 경영학과 동기가 새롭게 바뀐 졸업요건과 커리큘럼에 대해 알지 못해 개강 첫 주에 시간표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일이 있었다”며 “수강신청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학과 오티가 2학기에는 따로 열리지 않아 가을학기 입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나 그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언어장벽 때문에 학과사무실이나 일반 동기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더욱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다는 것도 가을학기 입학생들에게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가을학기 입학생인 윤효원 씨(심리학과·16)는 “아무래도 2학기에는 과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적기 때문에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다”며 “입학할 때 이미 동기들이 서로 친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대체적으로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경 씨 또한 “2학기에는 행사에 대한 학생 전반의 관심도와 참여도가 낮아 가을학기 신입생이 과 동기들을 알아갈 기회도 적은 것 같다”고 어려움에 동의했다. 

◇버리고 보는 첫 학기, 배려 없는 커리큘럼=가을학기 입학생들은 학업에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수강신청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가을학기 입학생의 경우 재학생들이 모두 수강신청을 마무리한 뒤인 8월경에 수강신청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별도로 할당된 정원은 없다. 그래서 재학생이 시간표를 확정한 뒤 정원이 비는 강의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후기 입학생들은 첫 학기를 ‘버리는 학기’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 다음 학기에는 행정상 재학생이 돼 가을학기 입학생들은 교양과목 정원이 따로 할당되는 다음 연도 신입생 수강신청 혜택 또한 받지 못한다. 후기 전형으로 공과대학에 입학한 정인경 씨(화학생물공학부·17)는 “공대에는 ‘과학과 기술 글쓰기’ 등 첫 학기에 들어야 할 필수교양이 많지만, 강의 수요가 높아 신청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수강신청 정정 요청서(초안지)를 들고 찾아가도 교수가 후기 입학생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인재전형 학생을 위해 별도로 개설되는 ‘미적분학의 첫걸음’이나 ‘글쓰기의 기초’ 등의 수업이 너무 적다는 점도 지적된다. 12년 이상 해외의 교육과정을 따라 공부해 온 글로벌인재전형 학생들에겐 낯선 언어와 교육에 적응을 위해 영어강의 등 맞춤 수업이 요구되지만, 지난해 2학기, 후기 입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영어강의 ‘미적분학의 첫걸음’의 경우 오후 5시에 단 한 개의 수업만이 개설됐다. 이에 김태준 씨(산업공학과·17)는 “해당 학기에 들어야할 다른 필수 과목과 겹쳐 결국 ‘미적분학의 첫걸음’을 듣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수학 교양 과목을 통째로 한 학기씩 미뤄야 했다”고 말했다.

1년 단위로 학년별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공대나 자연대 등의 학과에 입학하는 경우 가을학기 입학생이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다. 특히 소속 학생의 수가 적은 과일수록 전공수업이 특정 학기에만 열리는 경우가 많고, 이공계열의 경우 선이수가 필요한 과목이 많아 불편함은 더욱 커지지만 뚜렷한 처방은 없다. 이에 대해 강어진 씨는 “서울대의 커리큘럼은 후기 입학생을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진우 씨(수리과학부·17) 또한 “2학기에 재학 중이었지만 행정상 2학년으로 등록돼 1학년 전공과목을 신청하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며 “별도로 행정실에 요청해 수정할 수 있었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돼 다른 학생들에게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췄다. 

이런저런 불편함에 후기 입학생들은 아예 첫 학기를 ‘버리고’ 다음 연도 신입생들의 커리큘럼을 따르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가을학기 입학생들이 자신의 동기들보다도 다음 학기 입학하는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어울리기를 택하고 있다. 

‘점오의 눈물’ …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학교생활 적응의 어려움 속에, 가을학기 입학생들은 서로를 돕는 방식을 택했다. 2010년 만들어진 IKC(International Koreans Club)는 재외국민 학생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은 재외국민 학생을 위해 봄학기와 가을학기에 오티, 엠티, 개강파티, 종강파티나 학교 투어 등의 행사를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입학본부는 이 중 오티에 대해서만 장소 협찬 등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외의 모든 활동은 IKC 내부 운영진이 담당한다. IKC 신민섭 회장(산업공학과·17)은 “학교로부터 지원금을 따로 받지 않아 IKC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 일일호프*로 얻은 수익과 회비를 통해 1년 활동비를 충당한다”며 “학교에서 IKC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지원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IKC를 중앙동아리로 등록하려 했지만 신청이 반려됐다고 밝혔다. IKC는 재외국민 학생을 위한 동아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가입할 수 있다’는 동아리 충족 요건에 위배됐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 학생회 SISA는 공식 학생회로 인정되고 국제협력본부의 지원을 받는 것에 비해, 같은 글로벌인재전형 학생 모임인 IKC에 대한 지원은 매우 적은 편”이라며 “IKC도 동아리로 인정받고,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을학기 입학생들은 그들이 겪는 고충의 중심에 서울대의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학사과가 담당하는 수강신청부터 입학본부가 담당했어야 한 입학식, 그리고 소속 학생들을 책임지는 학과 및 단과대까지, 여러 책임 주체가 지적된다. 태진우 씨는 “개강 3일 전까지 학과 전체채팅방에 초대되지 못했다”며 “이를 학과행정실 등 학교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을 통해 초대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인경 씨 또한 “후배 가을학기 입학생을 멘토링하기 위해 해당 학과 사무실에 전화를 건 적이 있었지만, 직원들이 후기 입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을학기에 입학한 한 17학번 학생은 “‘서울대가 국제적 명성’ 때문에 글로벌인재전형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뒤, 막상 입학하면 ‘나몰라’하는 것 같다”며 “이런 서울대의 방침에 익숙해진 가을학기 입학생들은 초반의 불만조차 잊고 지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및 재외국민 학생에 대해 학교 전반적으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며 “학교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이 없을 순 없지만, 최소한 서울대가 자신이 뽑은 가을학기 입학생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들은 단과대 차원의 통합적인 노력 또한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사회대 윤민정 전 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5)은 “작년 2학기에 늦게 입학한 학생을 위해 반별로 새내기 맞이 행사를 독려했지만 워낙 인원이 적다보니 기획에 어려움을 느낀 반들이 많았다”며 “단과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행사 기획을 진행한다면 가을학기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원할히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영대 박민철 전 학생회장(경영학과·16) 또한 “경영대는 2학기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겪을 어려움에 대비해 각 반의 과대와 행정실, 그리고 학생회의 협력이 있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단과대 차원에서 여전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일호프: 학생들이 술집을 빌려 서빙과 계산 등 가게 운영을 해 수익을 얻는 행사

 

서울대는 글로벌인재전형 후기 모집을 통해 10년 이상 꾸준한 학생을 선발해 왔고, 더욱이 서울대는 지금도 국제화 전략에 맞춰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입학생을 계속해 늘리고 있다. 대학에서의 첫 학기는 그 누구에게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다. 앞으로 그 누구도 학교의 무관심 속에 이런저런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일은 없길 기대해 본다. 

 

 

주시현 기자

sihyunjoo@snu.ac.kr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