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탈원전 논쟁을 넘어서야 할 때
이제는 탈원전 논쟁을 넘어서야 할 때
  • 대학신문
  • 승인 2019.04.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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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탈원전 찬반 논쟁
윤순진 교수 (환경계획학과)
윤순진 교수 (환경계획학과)

탈원전 논쟁이 여전하다. 아니, 탈원전 논쟁을 일으키고 싶은 이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점화하고 있다. 탈원전을 문제삼는 이들은 말한다, 탈원전으로 모든 문제가 생겼다고. 석탄화력발전 증가도 탈원전 탓, 그래서 미세먼지도 탈원전 탓, 한전 수익 감소도 탈원전 탓, 전력 수요 증가 시 공급 불안이 예상되는 것도 탈원전 탓. 전기요금은 절대 올라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하며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오르면 큰일이라 아우성이다. ‘기승전 탈원전’이다. 이쯤 되면 혼란스럽다. 이렇게 탈원전이 문제투성이라면 현 정부는 왜 탈원전을 추진하는 걸까? 되돌아가 생각해보자. 탈원전이 왜 국정과제가 됐는지, 탈원전의 배경이 된 문제상황이 무엇이었고 그 문제상황이 이젠 해소돼 별 문제가 없는 건지. 

지난달 11일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만 8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는 26일이면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만 33년이 된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서는 사고 당시 노심이 녹아내리며 원자로 밑바닥에 생긴 핵물질 잔해를 꺼낼 길이 막막하고 원자로 밖 방사능 오염수는 나날이 늘고 있다. 체르노빌에서는 급히 씌운 석관이 갈라져 사고 후 31년만에 2조 8,000억 원을 들여 철관 덮개를 씌웠지만, 여전히 사고지역 30km 반경 안에는 사람이 살 수 없다. 두 지역 모두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면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이 두 사고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가? 두 사고는 원자력 안전이 신화란 사실을 일깨웠다. 원전은 예상치 못한 실수나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난으로 언제든 참사를 야기할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기술임이 드러났다. 울리히 벡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직후 근대사회가 “위험사회”임을 직시했다. 산업혁명 후 유례없는 생산력으로 거대한 부를 이루고 생활의 편리와 안락을 구가해 왔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은 위험을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기술로 야기되는 대규모 참사는 “해방적 파국”으로 우리의 성찰성을 일깨워 “탈바꿈”의 창을 열어준다. “성찰적 근대화”가 가능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우리 사회도 이런 반성과 성찰을 경험했다. 그 결과 지난 대선 때는 한국 역사상 최초로 유력 정당 후보 5인 중 4인이 탈원전 공약을 내걸었다. 탈원전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규 6기 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원전 건설이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이뤄졌듯, 원전 건설 계획의 취소도 전기본을 통해 이뤄졌다. 전기본이라는 법이 정한 절차를 통해 건설공사 이전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했는데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개별 원전 건설에 대해 공론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전 확대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국민 토론이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으면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광범위한 합의에 기초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반대의 날을 세운다. 오히려 지금은 원전기술 전문가들이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발휘할 때가 아닐까? 가동 중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일본 정부 발표로 21조 5,000억 엔, 일본경제연구센터 발표로 최소 35조 엔에서 최대 81조 엔에 이르는 사고 복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후쿠시마 사고의 값비싼 수업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원전사고만 문제인가? 최소한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핀란드만이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했지만, 운영 경험은 없다. 우리나라 원전에서는 매년 900여 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온다. 이제까지 발생한 1만 5,000여 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이고 있다. 월성원전은 2021년까지 추가로 임시저장고를 확보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왜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이런 사실에 침묵하는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용 후 핵연료 문제는 외면하거나 회피한 채, 계속해서 원전을 건설할 생각뿐이다. 

지난 1, 2년 동안 원전 가동률이 떨어진 건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 원전 발전량 감소는 격납시설 콘크리트 공극과 철판 부식 등 여러 안전문제가 발견돼 정비일수가 늘어난 결과다. 석탄발전량 증가는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전기본에 따른 것이다. 제6·7차 전기본에서 적정 설비예비율을 무려 22%로 끌어올린 뒤 대규모 원전 건설 계획과 더불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우고는 다수의 민자 석탄발전소 건설을 허가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 사이에 석탄발전소 11기가 새로 가동됐다.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 온실기체는 늘었지만 미세먼지는 2016년 3만 679톤에서 2018년 2만 2,869톤으로 25.5% 줄었다. 배출량 자체가 많기에 앞으로 석탄발전량을 줄여야 하지만, 탈원전으로 원전가동이 줄어 석탄발전량과 미세먼지 발생량이 늘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건설 중인 원전 5기가 완성되면 원전 규모는 22.5GW에서 2023년 28.2GW로 계속해서 늘어난다. 당분간 우리는 탈원전은커녕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원전 규모가 큰 시대를 살게 된다.

한때 원자력발전은 우리 사회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원전 도입 초기에 알지 못했던 위험성이나 핵폐기물 처리의 난감함을 알게 됐으니 이제 달라져야 한다. 원전은 더 이상 저렴하지도 않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비용이나 폐로 비용을 충분히 계상하고 사회·환경비용을 제대로 반영할 경우 원전 경제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안전규제조치가 강화되면서 원전 경제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어떤 기술이든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성이 높아지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원전 위험성 우려와 경제성 하락으로 세계 원전산업은 사양화되고 있어, 원전 수출 가능성과 산업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0년 이후 태양광이 399GW, 풍력이 497GW 증가할 때 원자력은 35GW 증가에 그쳤다. 2017년 재생가능에너지에 2,798억 달러가 투자되었으나 원자력발전 투자액은 고작 170억 달러였다. 우리의 경우 원천기술 부족으로 기술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에 원전 수출 수익도 높지 않다. 원전 건설 후 전력 판매로 투자금을 환수하는 방식은 투자 위험요인이 된다.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 세계 최고로 부지당 6기 이상의 발전소가 집중돼 있고, 발전소 주변지역 인구가 많아, 원전 위험성이 증폭된 상태에 있다. 최근에는 원전 입지 지역 인근 지진 발생으로 사고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원자핵공학은 비단 원전 건설에만 한정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자핵공학은 원전 건설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 에너지전환 시대야말로 역량 있는 원자핵공학자를 필요로 한다. 현재 전 세계 가동 원전의 평균 연식이 약 30년이고 61.5%가 31년 이상 되었다. 폐로 대상 원전이 늘어만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까지 총 12기가 설계수명 종료 후 폐로된다. 이제 발전 분야가 아니라 안전관리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 폐로 분야에 더 많은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대학은 원자핵공학의 범위를 원자력 발전분야를 넘어 방사선 의료나 비파괴 검사, 농식품 저장, 보안검색 등 방사선 분야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 방사선 분야 세계시장 규모는 2018년 330조 원으로 원전보다 훨씬 크고 매년 12%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런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고 원전 건설에만 관심을 두는 과거에 매달려 있으면 변화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원전 없는 시대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탈원전은 지금 당장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원전에서 벗어나자는 말이다. 대안은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과 재생가능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경제성은 날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 전력소비량(2017년 534TWh) 전부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해도 국토면적의 3.5%면 된다. 분산적이며 스마트한 전력기술은 혁신의 산실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기술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며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선언한 것은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침을 시사한다. 2017년 천만 개 이상 일자리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만들어졌다. 출발이 늦고 속도가 낮을수록, 비용 부담은 늘고 경제는 타격을 받는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탈원전 논쟁에 붙들려 있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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