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문화예술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건축을 돌아보다

예술은 관객들과 만나 작가의 메세지가 전달돼야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된다. 관객과 작가를 매개하는 공간인 미술관과 박물관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은 작품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같은 작품이라도 위치한 공간에 따라 그에 대한 감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신문』에서는 문화예술의 중심지 파리의 센 강을 따라 늘어선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해, 해당 건물의 건축 양식과 그 의미를 조망해봤다.

비움으로써 채우는 공간, 퐁피두센터

‘조르주 퐁피두 국립예술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Pompidou,  퐁피두센터)는 1970년대 건축가 렌초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주도로 지어졌다. 퐁피두센터는 건축물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장치를 내부에 숨긴다는 일반적인 사고를 뒤집었다. 86cm 직경의 철제 기둥과 얇은 철제 트러스*들이 결합돼 전체 외벽을 감싼다. 유리 튜브로 마감된 에스컬레이터와 그 뒤의 철제 트러스들은 외벽을 수직, 수평, 사선으로 가로지른다. 또한 뒷면에는 배수, 통풍 등 실내 환경을 관리하기 위한 원색의 배관들이 배치됐다. 이같은 선적 요소에 의해 외관은 직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분절된다. 

이런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형식은 퐁피두센터가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다루는 것과 연관된다. 퐁피두센터에 전시되는 작품은 고전적인 회화나 조각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오브제를 넘나든다. 이런 개성 있는 작품들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시될 수 있도록 퐁피두센터의 광활한 내부에는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예린 교수(건축학과)는 “퐁피두센터는 현재도 매우 실험적인 건물로 평가 받는다”며 “퐁피두센터의 내부는 현대미술 작품이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비웠다”고 설명했다.

*트러스: 직선으로 된 여러 개의 뼈대 재료를 여러 형태로 짜 맞춰 지붕이나 교량 등에 쓰이는 구조물.

수직과 수평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철재 트러스들이 박물관의 입구면을 감싼다. 파리 전경을 보면서 올라갈 수 있는 빨간 바닥면과 유리로 마감된 에스컬레이터도 앞을 장식한다.
수직과 수평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철재 트러스들이 박물관의 입구면을 감싼다. 파리 전경을 보면서 올라갈 수 있는 빨간 바닥면과 유리로 마감된 에스컬레이터도 앞을 장식한다.

 

알록달록한 배관들이 미술관 뒷면을 채우고 있다.
알록달록한 배관들이 미술관 뒷면을 채우고 있다.

 

 

시대를 넘나드는 공간, 루브르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왕실에서 수집한 작품을 보관하던 루브르 궁전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전 앞에 설치됐다. 고전양식의 궁전 앞에 유리로 된 피라미드 구조물을 설치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축가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는 1980년대에 루브르 박물관을 통해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꾀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무덤인 피라미드의 형태를 차용한다. 고대 유물부터 현대 작품까지 광범위한 시대를 아우르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정사면체의 피라미드는 큰 상징성을 가진다. 고대 거석문화의 대표인 피라미드를 현대적 산물인 유리와 알루미늄 골조로 구성함으로써 루브르 박물관의 주제를 함축하는 것이다. 최경숙 교수(인덕전문대 건축과)는 논문 「건축재생의 지혜-루브르, 오르세이 미술관-」에서 “과거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보존의 문제만이 아니다”며 루브르 박물관을 “‘과거의 현재화’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룬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루브르 궁 중앙에는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분수대와 함께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가 자리 잡고 있다.
루브르 궁 중앙에는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분수대와 함께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가 자리 잡고 있다.

 

피라미드 안쪽 공간에서 찍은 바깥 모습.
피라미드 안쪽 공간에서 찍은 바깥 모습.

 

 

다양성을 말하는 공간, 케 브랑리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케 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은 다양성을 담고 있다. 유럽 근현대 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케 브랑리 박물관은 아시아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초기문명의 유물을 전시한다. 비정형적인 10m의 빨간 기둥들과 각기 다른 색과 모양으로 배열된 20개의 상자모양 구조물들은 이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환기시킨다. 12m에 달하는 입구의 거대한 유리벽은 박물관의 입구를 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다. 익숙했던 소음이 차단된 공간에서 관객은 문화적 다양성으로 가득 찬 새로운 세계에 집중할 수 있다.

케 브랑리 박물관의 내부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는 강조된다. 본관에는 18,000m⁲에 달하는 정원에 다양한 종의 나무와 식물이 있다. 유럽의 정원은 보통 기하학적으로 다듬어지지만, 조경가 질 클레망(Giles Clement)이 설계한 케 브랑리 박물관의 정원은 다양한 식물들이 한 곳에 뒤엉켜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케 브랑리의 관계자는 “이 박물관의 특징은 유럽의 일반적인 예술관과 다르다는 것”이라며 “이는 다양한 문화 간의 대화를 뜻하며 이 문화들 간의 물리적인 분리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식물들과 한 곳에 어우러지고 있는 케 브랑리의 전경.
다양한 식물들과 한 곳에 어우러지고 있는 케 브랑리의 전경.

 

센 강 변의 입구쪽에 위치한 케 브랑리의 유리벽이다. 유리벽 너머로 에펠탑이 보인다.
센 강 변의 입구쪽에 위치한 케 브랑리의 유리벽이다. 유리벽 너머로 에펠탑이 보인다.

 

전시되는 작품의 본질이 같을지라도, 공간은 그 작품의 가치를 증폭시켜줄 수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외관에서 공간의 특성과 전시 주제에 대한 정보를 내포한다. 이에 대해 강예린 교수는 “전시공간은 그 공간이 주는 사이즈, 재료, 형태 등을 통해 감상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파리의 조르주 퐁피두 국립문화예술센터, 루브르 박물관, 케 브랑리 박물관은 전시의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특색 있는 설계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거듭났다.

사진·삽화: 손지윤 전임기자 unoni0310@snu.ac.kr 레이아웃: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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