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국희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윤국희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벚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오면 익숙한 만큼 설레는 ‘그대’가 찾아온다. ‘벚꽃엔딩’의 ‘그대’를 찾는 목소리는 벌써 9년 동안 봄을 부르고 있다. 봄바람이 휘날리면 벚꽃 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함께 걷자고 말하는 ‘그대’는 그토록 설레고 또 그만큼 애틋하다.

2012년 3월 벚꽃과 함께 데뷔한 ‘버스커버스커’는 2013년 9월까지 3개의 앨범을 발매하며 총 25곡을 발표했다. 놀라운 점은 이 중에서 4곡의 음악 반주곡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인 12곡에서 ‘그대’를 노래하며, 그중 9곡에 ‘그대’와 ‘너’가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나-너-그대’의 구도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너’와 ‘그대’를 동시에 부르는 일은 조금 이상하다.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네 모습이 자꾸 겹쳐”오는 ‘그대’는 ‘너’가 아닌 걸까?

‘그대’라는 인칭대명사를 살펴보면, 동일한 2인칭 인칭대명사 ‘너’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대’에는 호격조사 ‘여/야’가 붙어 누군가를 호명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다시 말해, 주체와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는 타자를 소리 내서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어휘인 것이다. ‘나’와 ‘그대’ 사이에는 거리감이 전제돼 있고, 그 빈 공간에는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차 있다.

그대가 아닌 ‘너’만을 부르는 ‘여수 밤바다’의 ‘나’는 여수의 밤바다를 홀로 걸으며 계속해서 ‘너’를 호명한다. 지금 ‘너’는 여수에 있지 않지만 그 바다를 함께 걷고 싶고, ‘뭐하고 있냐고’ 전화를 걸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그대여’라고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나’의 마음과 가까운 사이다. 그렇기에 여수 밤바다를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은 ‘그대’가 아닌 ‘너’일 수 있다. 2집에 수록된 ‘시원한 여자’에서도 ‘너’와 ‘그대’의 차이는 분명하다.

 

그대여 이리 내게로 와요

조그만 입술 노래를 줘요

거기 반짝이는 노래를 불러

이제 넘쳐나는 너와

 

‘나’는 그대를 불러 자신의 곁으로 오라고, 작은 입술로 반짝이는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상대는 ‘내게로 와요’라고 불러야만 하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가 나의 사랑에 응답하듯 반짝이는 노래를 부르자 그대는 이제 내게 ‘너’가 돼 넘쳐나기 시작한다.

‘벚꽃엔딩’으로 돌아가 보면, 벚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부르는 ‘그대’는 이승기의 ‘너라고 부를게’라는 당돌한 고백의 수줍고도 애달픈 모양새다. 노래는 ‘나’와 아직은 심리적 거리가 먼, 그렇지만 함께 거리를 걷고 싶을 만큼의 그리움을 품은 ‘그대’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몰랐던’ 그대이기에 손을 잡는 일은 그야말로 ‘알 수 없는 떨림’으로 다가오지만, ‘나’는 계속해서 오늘은 같이 걸어보자며 이야기를 전한다. 그대가 ‘사랑하는 그대’가 돼 걷는 거리는 아직은 ‘알 수 없는 거리’이며, 상상만으로도 ‘나’를 ‘울렁이는 기분’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 그대가 ‘사랑하는 그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울렁대는 기분이 드는 그 순간, 아직 ‘저편’ 멀리 있는 그대에게 ‘너’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이게 된다. ‘그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나’도 모르게 사랑이 채워질 때, ‘그대’는 비로소 ‘너’가 된다.

그러나 ‘벚꽃엔딩’의 제목처럼 ‘엔딩’은 다시 ‘그대’를 부르는 소리로 맺어진다. 사랑하는 ‘너’와 걸을 봄을 노래해도 흩날리는 벚꽃 잎만큼 빠르게 봄은 지나가고, 잠시나마 겹쳐졌던 ‘너’의 모습은 금세 ‘그대’의 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벚꽃엔딩’이 우리에게 여전한 설렘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그런 ‘그대’를 벚꽃을 핑계 삼아 또 한 번 ‘너’로 불러보기 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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