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서울문화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2019 예술 지원 사업’ 정기공모 결과 발표를 5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창작지원팀’과 ‘예술지원사업팀’을 ‘예술기획팀’으로 통합했고, 원래 3차례에 나눠 진행하던 정기공모를 통합으로 진행하면서 한 번에 심의해야 하는 양이 증가해 업무량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2019 예술 지원 사업 정기공모 안내’ 공지를 보면 예년과 달리 모든 지원 사업에 대한 제출기한이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은 △예술작품지원 △예술가지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유망예술지원 △창작작업실·연습실지원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지원 △청년예술지원 등 총 7개 부문 12개 세부사업에 약 180억 원을 지원한다. 이중 예술작품지원 사업은 3월 중, 청년예술지원 사업은 4월 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 지원 사업은 예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나 지자체의 예술 지원 사업은 예술가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보장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실제 서울문화재단은 정책적으로도 예술 지원을 하는 데 있어 큰 축을 담당하는 단체다. 서울시가 ‘문화도시 서울 구현’이란 명목으로 책정한 예산 10여억원 중 서울문화재단에 출연하는 금액으로 책정된 예산은 총 5억여원으로 예산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예술 지원 사업 심의 일정 연기로 인해 공연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4~6월에 극장을 대관했던 팀들은 대관을 취소하고 있고 극장들은 텅 빈 극장을 채워보려 긴급 대관 공고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4~6월에 예정돼 있던 공연의 취소는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이와 같이 상황에서 보듯이 예술 지원 사업이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서울문화재단은 이에 책임을 느끼고 제대로 된 업무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일은 서울문화재단의 무책임함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서울문화재단이 심의 결과 발표를 연기하는 이유로 든 것 중 하나가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심의건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 발표 시기가 다가와서야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서울문화재단은 매년 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던 광역단체인 만큼 공모를 진행하기 전에 이를 예상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영진은 조직개편이 초래할 업무 마비도 예상했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지원 사업 공모가 진행되던 지난 1월 조직 개편을 감행했다. 조직 개편이 가져올 업무 과부하는 예측 가능한 일인 만큼 서울문화재단은 조직 개편을 지원 사업 공모를 고려해야 했음에도 지난 1월에 무리하게 추진한 점은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서울문화재단은 가장 핵심적으로 수행해야 할 예술지원 업무를 방기하는 것에 반성하며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예술지원사업 공모의 절차와 시스템에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하게 내놓아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예술 지원 사업은 절실할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예술 지원 사업이 예술가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이 같은 업무 파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 지원 사업의 의의를 재고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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