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경제학의 눈으로 바라보기
죄와 벌, 경제학의 눈으로 바라보기
  • 박재우 기자
  • 승인 2019.04.07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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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법경제학에 대해 아시나요?

지난해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죄와 벌’에 대한 논란에 시달렸다. 주취감경 논란은 윤창호법 시행으로 이어졌으며 인천 집단 폭행 및 추락사 사건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낳았다. 기업 갑질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제정 논란도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례에 분노를 표했고, 처벌을 강화해 범죄를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이처럼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는 것이 옳고, 죄가 무거울수록 처벌이 중해져야 한다는 응보적 견해에 익숙하다.

시민이 법을 인식하는 방식은 우리 사회가 운영되는 방향을 결정한다. 최근 법조계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인한 사회 갈등 증폭에서 알 수 있듯, 시민 사회와 법 간의 신뢰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법경제학은 시민이 법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공한다. 『대학신문』은 독자에게 법경제학의 주요 개념과 실제 적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법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법 없이 시장 없고 시장 없이 법 없다

◇코즈, 재산권을 해부하다=법경제학자는 시장과 법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를 전제하고 이론을 전개한다. 시장은 법이 제한하는 테두리 안에서 형성되며, 법은 시장 질서의 형성과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배경에는 근대 이후 나타난 법의 역할 변화가 있다. 허성욱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종교, 윤리, 도덕적 가치 추구를 목적으로 삼은 전근대의 법과 달리, 수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으면서 탄생한 근대의 법은 이런 요소를 배제했다”며 “법의 역할은 개별 공동체 구성원들이 삶에서 누리는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재화 분배에 관한 규칙을 설정하는 것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재화의 생산 및 분배와 관련해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법을 이해하면, 이를 위해 어떤 규칙을 따를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된다. 법경제학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법학 방법론이 된다. 

현대 법경제학 이론은 로널드 코즈의 ‘코즈 정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60년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논문에서 등장한 코즈 정리는 외부효과*가 발생했을 때의 권리 충돌 상황에서 누구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게 더 효율적인 자원 배분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고민한다. 권리 충돌 상황의 예로는 호프집과 학원이 같은 건물에 입점해 서로의 이익을 저해하는 사례, 매연을 배출하는 공장주와 주민 간의 갈등 사례 등이 있다. 쉽게 말해 ‘양쪽 처지에서 몇 시간씩 숙고해도 명쾌한 즉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다. 

이때 중요한 개념은 재산권 획정과 거래비용이다. 거래비용이란 당사자들에게 상호이익이 되는 자발적 교환 또는 거래를 할 때 드는 일체의 비용, 즉 거래 성립, 유지, 감독 비용을 일컫는다. 코즈 정리는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거래비용이 없다면 정부나 외부 개입이 없더라도 당사자들 간 자발적 거래나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흔히 알려진 바와 달리 코즈는 거래비용이 0이라는 전제를 현실적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허성욱 교수는 “코즈가 중시한 문제는 언제나 거래비용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바람직한 법체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었다”며 “그 맥락에서 누구에게 권리를 배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자원 배분 결과로 이어질 지에 관한 고민과 논리적인 설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재산권의 획정과 외부효과 문제 해결의 관계는 공장주와 시민 간의 갈등 사례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이유, 즉 매연을 배출하는 공장주와 인근 주민이 싸우는 이유는 ‘공장주의 배출권’과 ‘주민의 환경권’ 중 어떤 권리가 우위에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공장주의 배출권’이 우선시되면 생산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주민들은 협상을 통해 공장의 이윤을 보상해주고, 반대로 ‘주민의 환경권’이 우선시되면 공장은 주민으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김두얼 교수(명지대 경제학과)는 「로널드 코즈의 “사회적 비용의 문제” 다시 읽기」에서 “외부효과 문제의 본질이 재산권 획정의 부재 혹은 불분명함에 있음을 밝힌 것이야말로 코즈의 1960년 논문의 가장 중요한 공헌”이라고 했다. 

이처럼 거래비용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재산권의 획정이 최종 재화 분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거래비용이 많이 들면 자발적인 계약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권리를 획정하는 권한은 사법기관에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코즈는 거래비용이 큰 현실을 고려해 외부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적절한 법체계의 필요성, 그리고 거래비용 자체를 줄이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강조했다.

◇나의 것은 나의 것으로, 너의 것은 너의 것으로=코즈가 누구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게 효율적인 자원 배분인지 고민했다면, 부여된 권리를 어떻게 법적으로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를 역임한 귀도 켈레브레시 교수는 ‘재산원리’(property rule)와 ‘책임원리’(liability rule)라는 두 가지 재산권 보호 원칙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A가 집에 대한 재산권을 갖고 있을 때, 재산원리에 의하면 B가 집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A가 자발적으로 권리를 이양하는 것뿐이다. 반면 보도의 통행자 C는 승용차 운전자 D가 실수로 보도에 들어와 자신에게 피해를 줘도 미리 막을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D가 C에게 보상금을 낼 의향만 있다면 언제든 피해를 줄 수 있다. D가 보상금을 낼 능력이 있더라도, 이를 막고자 징벌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처럼 재산원리는 피해를 발생시킬 행위를 ‘금지’하거나 ‘징벌적 성격의 배상’을 매겨 잠재적 가해자가 잠재적 피해자와 협상하도록 유도하거나, 아예 잠재적인 가해 행위를 단념하게 한다. 반면 책임원리는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재산원리는 권리 소유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없으면 권리 상태의 변화가 없도록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책임원리는 타인이 자신 소유의 자산을 사용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원은 재산원리가 적용될 때는 ‘유지명령’을 내려 권리침해의 행위를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리고, 책임원리가 적용될 때는 ‘손해배상명령’을 내려 재산권을 보호한다.

허성욱 교수는 “켈레브레시는 기존 법체계에서 권리를 보호하던 방식을 법경제학적으로 분석해 그 의미를 체계화했다”며 “이를 통해 더 바람직한 생산, 소비, 분배에 관한 규칙으로서 어떤 권리 보호 방식이 더 나은지 고민할 수 있게 했다”고 켈레브레시의 이론적 기여를 정리했다. 그의 연구를 기점으로 법이 소유자에게 어떤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부여할 것인지, 그리고 보상을 한다면 얼마를 주는 게 효율적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됐다.

 

‘공익’이라는 이름의 ‘강탈’

켈레브레시의 이론은 주로 ‘민간 대 민간’ 사이의 법적 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국가와 민간’ 사이에서 최적의 재산권 보호 방식에 대한 법경제학적 논의도 활발하다. 우리 헌법 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 시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공용수용’이라 부르며, 민간 재산권을 부분적으로만 제한하는 국가 행위는 ‘규제수용’이라 일컫는다. 공용수용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김일중 교수(성균관대 경제학과)는 “거래비용의 측면에서 공용수용은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가능케 해주는 매우 유익한 제도”라고 말했다. 예컨대 이미 시작된 철로 사업에 필요한 토지가 있는데, 그 주인이 판매를 거부하고 터무니없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등 ‘버티기’(holdout)에 들어가면 정부는 전체 국민에게 유익한 열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즉, 버티기로 인해 높은 거래비용이 강제되는 셈이다. 이때 공용수용 조항은 국가가 ‘정당한’ 행동을 할 법적 요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지난해 9.13조치에서 발표된 서울 신도시 개발이나 현재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 도시재생사업 등도 결국엔 국가가 민간 소유 재산을 수용하고 보상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공용수용이 국가의 ‘특권’인 동시에 자칫 소유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경제학자들은 특히 한국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고 말한다. 김일중 교수, 이호준 KDI 연구위원, 조병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등이 공저한 「우리나라 수용법제에 대한 법경제학적 검토」에선 “철저한 공익성 평가, 집행 절차의 투명성, 견제와 검증 및 사법절차의 보장, 정당한 보상원칙 준수, 개발이익의 공유 등의 기준에서 평가할 때 한국에서는 바람직한 공용수용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부터 이어진 개발우선주의 패러다임으로 인해 국가가 개별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지수용은 공용수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76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가 매입한 공공용지 면적은 5,384㎢로, 서울시 면적의 약 9배, 제주도의 3배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수용권을 부여받은 민간 사업자가 수용한 면적까지 합치면 실제는 훨씬 넓다.

법경제학자들은 공용수용 판결 데이터를 구축해 헌법에서 규정한 ‘공공필요’와 ‘정당보상’ 요건이 번번이 무력화됐음을 검증한 바 있다. 우선 공익성 평가를 위한 검증 절차가 수용자에게 유리하게 간편화되고 있다. 본래 토지수용은 ‘토지보상법’에 규정된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수용자들은 이를 우회하기 위해 개별 법률을 따로 만들어 쉽게 각종 인허가를 획득하는 일종의 ‘편법’을 쓴다. 실제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따르면 2012〜2016년 1만2,405건의 토지수용 중 토지보상법의 정식 절차를 거친 건수는 0.4%(5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토지수용을 거쳐 조성된 시설 상당수가 아울렛, 관광단지, 리조트, 골프장이란 점을 고려하면, 과연 정말 ‘공공필요’를 위한 사업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토지수용을 규정한 특례 법률만 110개에 달한다”며 “지역개발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검증 없이 예산을 편성하는 입법부의 ‘쪽지 예산’ 관행과 과도한 재량권을 발휘하는 행정부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피수용자는 많은 경우 아무런 사실도 모르다 보상 협의에 응하라는 통지를 받은 이후에야 수용 사실을 알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피수용자가 받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국가가 가져간 땅에서 정작 공익사업이 장기간 진행되지 않는 ‘장기미집행’ 피수용자는 보상액도 받지 못한 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피수용자인 주민들이 오히려 “빨리 수용해서 사업을 마쳐달라”고 시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일중 교수는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지난 13년간 미집행토지 중 도로용으로 지정된 필지 평균 규모(70~100㎡)당 약 3,800만 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정확한 토지 가격 평가가 어렵다는 일부 관료들의 해명과 달리 필지 특성, 주변 땅값, 규제 기간 등을 알면 계량방법을 통해 손실액을 추정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림① 주: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한 경우만 해당.자료 제공: 건설부. 『건설통계편람』(1966~1994); 건설교통부. 「건설교통통계연보」(1994~2008); 국토해양부. 「국토해양통계연보」(2008~2011); 온나라 부동산(http://www.onnara.go.kr. 접속일자: 2013.12).
그림① 주: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한 경우만 해당.자료 제공: 건설부. 『건설통계편람』(1966~1994); 건설교통부. 「건설교통통계연보」(1994~2008); 국토해양부. 「국토해양통계연보」(2008~2011); 온나라 부동산(http://www.onnara.go.kr. 접속일자: 2013.12).

다른 한편에서는 피수용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며 갈등의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그림①에서 보듯 사업시행자와 피수용자 간 협의가 없었거나 결렬된 건수(수용재결 및 이의재결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작년 서울과 수도권 인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남양주 진접2, 구리 갈매역세권 등의 주민들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토지보상금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수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나치게 낮은 보상과 생활기반 상실은 당사자의 박탈감과 사회적 불만을 증가시켜 법경제학자들이 ‘탈도덕화 비용’(demoralization cost)*이라 일컫는 극단적인 사회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2009년 용산참사 등이 대표적이다.

 

솜방망이? 과잉 처벌?

법경제학자들은 법경제학의 이론과 응용을 구분하곤 한다. 이창민 교수(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는 “거래비용이나 효율성의 개념을 활용해 법의 구성 원리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좁은 범위’의 법경제학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사법부의 판결 경향이나 김영란법과 같은 새로운 법의 실행 효과를 실증하는 ‘넓은 범위’의 법경제학이 있다”고 말했다. 

후자에서는 법에 대해 흔히 퍼져있는 인식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고학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흔히 우리 사회에서 죄를 저질렀을 때 일벌백계하자는 여론이 많은데, 법경제학은 정말 일벌백계가 범죄를 줄이는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가능성은 없는가 되묻는다”며 “판결의 추세를 계량경제학적 방법으로 검증했다는 시도에 법경제학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교수는 “경제학적 도구로 대량의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가 실제 법이나 정책을 입안할 때 중요하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한국의 법은 솜방망이일까?=‘한국 법은 처벌 수위가 약하다’ ‘술 먹으면 감형된다’ 등의 통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법경제학자는 이견을 표한다. 명지대 김두얼 교수와 김원종 연구원 공저 「죄형법정주의: 우리나라 법에 규정된 범죄의 범위, 양형 수준 및 형벌 간 균등성에 대한 실증분석」이 대표적이다. 논문에서 2007년부터 10년간 성범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음주는 성범죄, 살인죄 등에서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동 기간 음주 후 성범죄의 형량은 음주하지 않은 성범죄 형량보다 높았고, 특히 2017년에는 비음주 형량이 18개월이었던 것에 비해 음주 성범죄 형량은 약 26개월로 월등히 높았다. 

한국 법체계가 도리어 형벌을 남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논문에서 김두얼 교수는 “형법과 형사특별법을 제외한 우리나라 법 전체의 법률 표본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65%가량이 형벌 조항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이미 형벌만능주의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일중 교수는 “2000년대 들어 벌금 이상 형벌을 받은 국민이 단 10년 동안 1.5배 증가해, 성인 4명당 1명이 최소 전과 1범이 됐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문제는 매년 신규 전과자의 7할이 행정규제 위반자들이란 점이다. 산에서 밤 따면 7년, 노래방에서 술 팔면 2년, 운전하다 중앙펜스 파손하면 2년, 양재대로에서 자전거 타면 1년까지 징역에 처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형벌 조항이 ‘전과자 수의 증가 → (교정시설 과밀로 인한) 조기 출옥 → 재범확률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분노하는 강력 범죄에 관한 예방과 엄벌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실적을 쌓아야 하는 검경이 행정범죄 피의자들을 우선 기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법경제학 연구라고 해서 모든 상식을 뒤집고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창민 교수와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가 공저한 「법원은 여전히 재벌(범죄)에 관대한가」 보고서가 그렇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수십 년 전에 나온 표현이지만,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법조계에서는 재벌 총수의 범죄에 대해 ‘1심 실형-2심 집행유예’ 형태가 정해진 공식처럼 반복된다는 말이 나온다. 

그림②
그림②

이런 인식이 실제 현실과 부합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보고서는 2000~2014년 기간 주요 기업범죄 사건 중 재벌 피고인과 비재벌 피고인의 집행유예 비율을 비교했다. 738명의 피고인을 조사한 이 보고서는 기업범죄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의 적용을 받는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등 범죄로 규정했다. 그림②에서 보듯 재벌 기업범죄의 집행유예 비율은 1·2심 평균 약 73%로 일반 기업범죄의 선고율 약 61.5%에 비해 10%P 이상 높았다. 데이터를 종합하면, 일정 기간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집행유예 선고를 통해 재벌에게 사실상의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결론이 나온다.

 

현실이란 땅 위에 서서

한국에서 법경제학의 존재감은 아직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한국에서 법경제학은 법조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법조계에서는 전통적인 법학 이론이나 판례만으로도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진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역시 “불법행위법이나 공정거래법 같은 특정 분야를 제외하곤 법경제학이란 학문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에서도 몇 년 전부터 거래비용 같은 경제학적 개념을 간단하게나마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정거래법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한 법경제학의 적용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매년 ‘모의공정거래위원회 경연대회’를 개최해 공정거래 관련 이론을 실제 적용하고 모의재판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공정거래 사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실제 판례와 이론에 근거해 공정거래위의 최종 판결까지 구성해보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는 서울대 법경제학연구학회(LES) 김호중 회장(경제학부·17)은 “겨울방학부터 다음 해 여름까지 대회 준비과정에서 다양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를 직접 찾아보고, 공정거래법 및 경제학 이론을 이 이슈들에 적용해보는 연습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론과 실제의 괴리’라는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ES 전 회장으로 활동했던 홍영완 씨(법학전문대학원·19)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사건, 포스코 사건, 화장지 가격 인상 사건 등을 공부하면서 법경제학 이론들을 현실에 접목할 수 있었던 게 매우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얘기했다.

이들의 말처럼 법경제학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최적의 결과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법학 방법론과 구별된다. 주진열 교수는 “전통적인 법해석학에 비해 법경제학은 사람의 보편적 욕구와 행동 방식을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대단히 실용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분석과 같은 실무에 법경제학이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말한다. 이창민 교수는 “이념과 진영 논리가 센 우리나라에선 논거에 기반해 정책을 분석하는 문화가 매우 약하다”며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로 당위성뿐 아니라 효율성 역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백제 풍납토성에서 왕실 무덤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시공사는 이 사실을 은폐하고 공사를 그대로 진행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물론 시공사의 책임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법이 제공하는 유인이 이들의 행동을 결정했을 수도 있다. 예컨대 문화재가 발견될 경우 미국은 일단 발견자에게 소유권을 준 다음 국가에 팔도록 유도하고, 독일은 정부의 보조 의무를 지정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본인이 발견 사실 신고는 물론 자기 비용을 들여 문화재를 발굴한 다음에야 공사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 김일중 교수는 이 사례를 설명하며 “재산권에 대한 고려 없이 유인 체계를 설정하면 아무리 선한 의도의 정책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현실과 당위, 정의와 효율 모두를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외부효과: A의 특정 행동이 B에게 의도하지 않은 이익이나 손해를 끼쳤는데, 이와 관련해 A가 B에게 어떤 대가를 받거나 배상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

*탈도덕화 비용(demoralization cost): 정당하지 못하는 규제들로 인해 피규제자가 갖는 억울함, 분노 등은 물론 투자위축이나 생산중단 등과 같은 비생산적 행위로부터 야기되는 비용.

 

삽화: 권민주 기자 kimj4742@snu.ac.kr, 홍해인 기자 hsea97@snu.ac.kr

레이아웃: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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