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대학신문 - 아르바이트 흥망성쇠 -
응답하라 대학신문 - 아르바이트 흥망성쇠 -
  • 이현지 기자
  • 승인 2019.04.0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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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newtro = new+retro) 과거를 현재의 감성으로 새롭게 되살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고리타분한 ‘우리 땐 말이야…….’ ‘썰’에서 벗어나 『대학신문』이 서울대의 옛 모습을 여섯 번의 연재를 통해 만나보고자 한다. 지금 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한 서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즐겨보자.

사진 출처: 『대학신문』 1988년 10월 31일 자
사진 출처: 『대학신문』 1988년 10월 31일 자

 

대학생은 가난하다. 학업에 지친 심신을 놀고, 먹고, 또 마시며 달래야 하는데 용돈은 부족하다. 40년 전 캠퍼스를 누볐던 선배들은 어떻게 지갑을 채웠을까? 이번 주에는 관악의 대학가를 지탱하는 숨은 원동력, 아르바이트의 역사를 찾아 『대학신문』 기자들이 약 40여 년 전 발행된 『대학신문』을 펼쳤다. 

△1980년대, 마른하늘에 과외금지조치=

“대학 주변의 술집이 썰렁해졌고 당구값이 내렸다.”

1980년 과외금지조치 이후 대학가의 하소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등록금까지 인상되며 학생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모색했다. 당시에는 학생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학생처직업보도실’이 따로 있었다. 이곳에서는 방범대원이나 식당 서빙, 음악다방 DJ에서 배달원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다. 하지만 보수도 적고 힘든 일이 대부분이라 학생들은 선호하지 않았다. 근로장학생 제도도 이때 도입됐다. 근로장학생은 월 40시간을 일하고 5만원 가량을 받았는데 근무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식당에서 일하는 근로장학생을 아랫사람처럼 부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과외는 단속을 피해 ‘몰래바이트’라는 이름을 달고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일부 ‘과외 선생님’은 가르치는 ‘학생’의 집에 아예 들어가 살며 용돈을 받는 식으로 과외를 하기도 했다.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면 학부모들에게 눈치가 보이는 것이 몰래바이트 나름의 고충이었다.

△1990년대, 근로장학생은 주춤, 과외는 후끈=

1989년에 대학생 과외가 허용되며 아르바이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먼저 근로장학생 참여가 곤두박질쳤다. 원래 300~500명이 지원하던 것이 150여 명으로 줄어 도서관과 식당을 비롯한 학내 기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반대로 학사종합안내실의 과외 알선에 지원한 사람은 1,000명이 넘는 등 과외에 뜨거운 관심이 몰렸다. 1990년 『대학신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학생의 70.3%가 과외 지도 경험이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설문조사에서도 과외 선호는 이어졌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다는 응답이 82.2%에 달하는 등 서울대도 경기 불황을 피하지는 못했다. 설문조사에서는 과외를 향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여론도 눈에 띈다. 돈을 너무 쉽게 벌어 돈에 대한 가치관을 왜곡할 수 있다거나 사교육을 조장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이 60%를 차지했다. 틀에 박힌 과외 아르바이트에서 벗어나겠다는 시도도 있었다. 공대생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 바람을 타고 프로그래밍이나 웹 사이트 제작으로 돈을 벌기도 했고,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하겠다며 신문 배달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2000년대, 씁쓸한 아르바이트의 뒷맛=

2006년에는 서울대 학생의 84.9%가 학원 강사나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답할 만큼 과외는 학생들의 일상에 녹아 있었다. 가족 소득 수준에 따라 아르바이트의 목적이 달랐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가계 소득이 월 500만 원 이상인 학생들에게는 경험 축적(14.6%)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200만 원 미만인 학생들은 학비 마련(18.9%)이라고 답했다. 2002년부터 5년간 등록금이 100만 원 가량 상승하자 과외를 5개씩 뛰며 생활비와 학비를 버는 학생도 등장했다. 한편 ‘보고서 판매’ 아르바이트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판매자에겐 용돈벌이, 구매자에겐 간편한 자료 제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 수업에서 열 명이 표절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표절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대생에게 아르바이트의 역사란 과외의 역사와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각종 웹사이트가 나서서 ‘과외 선생님’과 ‘학생’을 이어준다. ‘서울대 선생님 과외’를 내건 회사가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드라마에 PPL을 삽입한 것은 일견 아이러니다. 대학생이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돈벌이에만 그쳐도 될지는 시대불문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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