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12동의 시설들을 이용하다 보면 어김없이 여섯 대의 노트북이 보인다. 실제로 노트북을 열어보면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 파일을 수정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요가 아예 없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노트북을 비치하는 데 든 비용을 생각하면 수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간단히 추측할 수 있다. 바로 휴대성 상실과 성능 노후화다.

대학에 입학하면 필수품처럼 사는 품목이 노트북이다. 보통 같은 가격대면 데스크탑 컴퓨터의 성능이 두 배는 좋다. 그런데도 노트북을 사는 이유는 단 하나, 휴대성 때문이다. 12동에 비치된 노트북은 이를 상실한 지 오래다. 물론 도난 방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겠지만, 결과적으로 충전 케이블에 걸어 둔 자물쇠가 노트북의 본래 존재 이유마저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본질적인 특성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데스크탑 컴퓨터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만약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인용 노트북을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정보화본부의 노트북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적은 12동의 노트북 수요가 늘 가능성조차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휴대할 수 없는 노트북이라 하더라도 성능만 좋다면 고사양 프로그램을 급하게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12동의 노트북들은 그렇지 못하다. 노트북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면, 여섯 대 중 세 대는 2011년에, 나머지 세 대는 2013년에 구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지금 그 노트북들로 원활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문서작업과 인터넷 서핑 뿐이다. 기타 고급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이들에 대한 수요 또한 없다.

물론 부품 교체를 통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비치된 노트북의 출시 시기 기준 스펙과 현재 스펙을 비교해 본 결과,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HDD의 SSD로의 교체 뿐이었다. 쉽게 말하면 부팅 속도만 올라간 셈이다. 사실 모든 노트북은 컴퓨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CPU 교체가 불가능하다. 컴퓨터의 처리 속도와 관련이 있는 RAM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노트북은 RAM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2동에 있는 노트북들 역시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했다. 수요 증대를 위해 노트북을 유지하면서 매년 발전하는 컴퓨터 성능을 따라가려면 사실상 전면 교체가 필수적인데, 부품 교체를 통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데스크탑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

앞서 언급한, 노트북에 부착된 스티커에는 구매 가격도 표시돼 있다. 2013년 구매 기종은 대당 111만 5,900원이었고, 2011년 구매 기종은 대당 107만 6,700원이었다. 만일 이 여섯 대의 노트북 컴퓨터를 사는 데 소요된 예산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좋은 사양이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쓸 수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를 다섯 대 이상 살 수 있다. 만일 추후 12동에 전자기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면, 그리고 정보화본부처럼 아예 빌려주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면 데스크탑 컴퓨터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김수찬

정치외교학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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