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snu.ac.kr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snu.ac.kr

 

발표문이나 논문을 쓸 때 우스갯소리로 내 글이 ‘유니콘’ 같이 느껴진다고 말하곤 한다. 아직 출현하지 않은 상상의 동물 유니콘처럼 글의 아이디어는 상상 속에 흐릿하게 존재하면서 잘 잡히지 않는다. 결국 글은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니 늘 답답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것은 언제 도래한단 말인가. 그것은 마감일에 맞춰 겨우 봉합되기 일쑤인 데다, 엉뚱한 곳에 뿔이 달리거나 상당히 비루한 꼬리를 가진, 애초에 상상한 유니콘과는 전혀 다른 형상일 때가 부지기수다. 모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도 이토록 어려운데, 다른 언어로 보고서와 논문을 쓴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일일까.

나는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의 ‘외국인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 객원 튜터로 활동한 적이 있다. 대학원 동학 중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난 호 『대학신문』 사설의 문제의식에 공명하는 바가 컸다.

글쓰기 대면 지도를 통해 중국, 일본, 벨기에, 인도, 미국 등 다양한 국적과 학과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나도 함께 그 학생들의 유니콘 뒷다리나 몸통을 더듬어보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열정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했다. 글의 주제에 대해 거듭 생각하고 글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학생의 유니콘이 직접 출현하는 광경을 목도했을 때는 내 글이 완성된 것처럼 기뻤다. 그렇지만 머리에 맴도는생각들, 하고 싶은 말들을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학생들은 자주 답답함을 토로했다. 

튜터로 활동하면서 생각했던 점은 일반 목적 한국어 교육과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은 매우 다르며, 달라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학생에 대한 학문 목적의 한국어 교육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유학생에게 일상적인 한국어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일 당장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을 하거나 조별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전공과 관련된 용어와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전공 서적을 읽고 요약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학문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대학원생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심적 부담은 매우 컸다. 대학원생으로서 과제를 수행하려면 우선 학술자료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고 활용해 자신의 가설을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학문 공동체의 규약에 입각해 형식을 갖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들에게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한국어 능력 습득은 매우 절실한 것이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외국인 학생이 날로 증가하면서 대학들은 유학생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비판을 외면하지 않으려면, 외국인 학생들이 느끼는 언어의 벽과 답답함을 학생들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현재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외에도 기초교육원에서는 한국어 ‘교양피어튜터링’과 ‘글쓰기지원센터 글쓰기 상담’을, 인문대 국제화지원센터에서는 ‘한국어 연습 프로그램’과 ‘한국어 논문 작성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처럼 학내에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들이 없지 않지만, 더 많은 유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학생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에 소외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도 확대돼야 할 것이다. 

 

 

유예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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