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기자취재부
김용길 기자
취재부

작년부터 우연히 노동자와 관련된 취재를 자주 했다. 아니 우연히 자주 맡은 줄로만 알았다. 그게 아니라 학내에 그만큼 취재할 사안이 많은 것이었다. 학내 노동자 처우를 두고 일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천 명을 고용하고 있는 관악구 내 거대 사용자인 것은 확실하다. 학내 일부 노동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차별시정을 요구하기도 하고, 최소한의 업무 환경을 보장하거나 처우를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침에는 정문 주변, 점심에는 행정관 앞에 서서 피케팅하는 직원들을 볼 수 있다. 사실 당사자가 아닌 학생이나 다른 학내 구성원이 몇 달씩 이어지는 피케팅을 보면 노동자들이 너무 자주 시위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2년간 피케팅의 주체는 매번 서로 다른 기관의 노동자들이었다. 서로 다른 직원들이 비슷한 이유로 출근 전 짬을 내 사용자에게 정당한 처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직원의 상당수는 기관에서 관리한다. 학생인 내게 대학생활문화원, 경력개발센터 같은 기관은 서울대의 시설 중 하나다. 반면 기관 발령 직원에게 기관은 서울대에 속한 기관이기 이전에 직장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기관을 본부에게서 어느 정도 독립된 주체로 느낄 수 있다. “분명 나를 채용하고 발령하고 내 업무 성과를 평가해온 곳은 기관인데 도대체 왜 무기계약직 심사는 처음 보는 본부 직원이 결정하느냐”는 물음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이전에 다른 사안에서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며 기관이 아니라 본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었는데, 그 경우와 정반대의 문제 인식인 것이다. 이렇게 실제로 본부와 기관의 모호한 관계는 기관 직원에게 종종 혼란을 주기도 한다. 서울대 안에서 발령 주체 등의 직원 관리 체계가 복잡하게 엉킨 것은 서울대가 변화한 시대상과 정책을 하나씩 반영하며 생긴 역사적 산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사용자는 직원 문제의 대책을 찾는데 난항을 겪거나, 문제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제는 대책이 필요한데, 대책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사는 보통 비판적인 시선으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기자는 취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실태를 잘 파악하게 될테니 이를 활용해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있지 않냐는 말씀이었다. 전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주제를 다루면서 갑갑함을 느꼈던지라 아주 솔깃했다. 하지만 답을 드리자면, 솔깃했음에도 여전히 건설적인 기사보다는 건설적인 논의의 가치를 믿는다. 기자가 기사에 해결책이 제시한다고 해서 그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선 우선 관련 당사자들의 충분한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고, 그 다음은 기자보다는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대의 노동 문제가 당신의 관심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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