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어도 개인적으론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나고 싶었던 인물을 대신 만나보기 위해 『대학신문』이 나섰다. 지난 한 달간 『대학신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학기 『대학신문』에서는 ‘대신 만나드립니다’를 운영한다. 이번 코너에선 인터뷰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지면 기사와 영상 콘텐츠를 함께 준비했다.

2017년 4월 취임한 중앙도서관 서이종 관장(사회학과)이 이임을 앞두고 있다. 서이종 관장은 중앙도서관의 관장을 맡아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신설했고, 타 대학 도서관과 협력해 대학 도서관 전반이 마주한 위기에 대응하기도 했다. 『대학신문』은 지난달 18일 관장실을 찾아가 서이종 관장이 펼쳐온 정책을 물었다.

◇도서관의 콘텐츠 확보=서이종 관장은 재임한 2년가량의 임기를 “도서관을 성숙시키고 풍성하게 한 기간”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7,000석 이상의 열람석, 학술 행사를 진행할 넓은 세미나룸, 멀티미디어실 등을 갖춘 도서관의 설비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도 “좋은 시설에 비해 서비스와 콘텐츠가 부족했다”고 취임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옥상 정원에서 별빛 영화제를 정례적으로 개최했고 정인식 소극장에서 3D 영화 상영을 시작했으며 창고로 쓰이던 관정관 출입구 옆 공간을 관정 갤러리로 개편했다. 서이종 관장은 특히 북 콘서트를 주관한 일을 힘줘 말했다. 그는 “북 콘서트 정도는 당연히 도서관에서 열리고 있을 행사라 생각했다”며 이전까지 그런 행사가 전무했다는 사실에 느낀 당혹감을 떠올렸다. 지난달 중앙도서관이 주최한 8번째 북 콘서가 열렸다. 이를 두고 그는 “8번째가 아니라 108번째는 돼야 서울대에 어울릴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이종 관장은 이처럼 여러 행사를 신설하고 설비를 충원해야 했던 상황에 대해 “그동안 관리 측면에만 집중해 학생과 소통하고 지식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경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자 저널 문제에 공동대응=서이종 관장은 임기 중 20여 개의 대학 도서관 관장과 2개 학회의 학회장이 참여한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 대학 도서관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한 전자 저널 구입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전자 저널은 그 구매비가 몇 해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해 현재 대학 도서관 전체 자료 구입비의 60%를 웃도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이종 관장은 “국제적으로 연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최신 연구 성과를 확인하려면 전자 저널 구독은 필수”라며 비싼 가격에도 전자 저널 구입을 포기할 수 없는 대학 도서관의 처지를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이 전자 저널 구입비로 한 해 2,000억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협상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협상 채널이 세 곳으로 분산돼 협상에 불리한 위치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이종 관장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전자 저널을 취급하는 주요 출판사 중 하나인 ‘와일리’(Wiley)와 협약을 맺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이런 활동이 국가 전체에서 20~30억가량의 전자 저널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타 대학과 교류·협력=서이종 관장은 다른 대학 도서관과의 협력 또한 중요시했다. 서이종 관장은 전 세계 모두가 인류의 지식과 문화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도서관이 등장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 그에게 도서관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는 디지털 도서관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요소였다. 실제 그는 연세대 도서관과 공동 학술 교류 협약을 맺어 서울대, 연세대 각각이 재정상 구독할 수 없는 신규 저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도서관에 비영어권 해외 단행본들이 구비되지 않아 그 분야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 지난해부터 해외 대학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 중국 칭화대, 북경대, 홍콩 과기대, 인도 뭄바이 공대, 일본 홋카이도대와 단행본 및 학술 서적을 교류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서이종 관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학생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도서관이 백조의 발처럼 진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중앙도서관은 최선을 다해 학생이 공부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영화를 보는 복합적 문화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 생활에서 도서관의 풍성함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레이아웃: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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