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장, 시장의 전통에 문화를 더하다
청년 시장, 시장의 전통에 문화를 더하다
  • 이민주 기자
  • 승인 2019.05.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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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전통 시장 문화의 새 바람, 청년 시장을 들여다보다

지역 문화의 중심지였던 전통 시장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통 시장에 문화적 매력을 가미해 시장의 활기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통 시장 안에 청년이 운영하는 ‘청년 시장’을 여는 것이 그것이다. 그중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정부의 지원이 종료되면서 가게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다른 청년 시장과 달리 남부시장 청년몰은 정부의 지원이 끊긴 이후에도 원활하게 운영돼 왔다. 남부 시장 2층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커피숍, 빈티지 의류점, 선술집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상권을 형성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통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더해 몇몇 청년 시장은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SNS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청년 시장 내 상점은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중이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청년 시장이 걸어온 길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 그리고 청년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뤄보고자 한다.

이색적인 가게 인테리어로 단장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모습이다. 시장에 들른 백화목 씨(19)는 “예전보다 상점도 많이 들어서고 가게들만의 특색이 생겨 방문객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색적인 가게 인테리어로 단장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모습이다. 시장에 들른 백화목 씨(19)는 “예전보다 상점도 많이 들어서고 가게들만의 특색이 생겨 방문객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청년 시장, 전통 시장에  부는 새로운 바람

전통 시장은 사회문화적·경제적 가치가 높다. 대부분의 전통 시장은 지역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왔다. 예로부터 전통 시장은 지역민의 교류나 여가 활동 장소로 활용됐다. 2013년 발표된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 시장의 사회문화적 기능은 약 2,790억 원, 지역사회 활성화 기능은 약 2,950억 원의 가치가 있다. 최근 식료품과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던 전통 시장에 청년이 운영하는 상점이 유입되면서 사회문화적 가치는 더욱 커졌다. 과거 장터의 일부가 벼룩시장으로, 일반 상점의 일부가 놀이터나 사랑방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 시장은 지역 경제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로 서민 생활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상인이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오동윤 교수(부산대 경제학과)는 “전통 시장은 고령 인구가 경제 활동을 하는 곳”이라며 “시장 사업은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경제 활동이 단절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한 인구가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소비자의 소비 양식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전통 시장을 찾는 발걸음도 줄었다. 2007년 발표된 한국유통물류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1곳이 입점하면 전통시장 4곳과 중소상점 350점의 매출액이 감소하며 전통 시장 점포 150개가 사라지고 550명이 실직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전통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2004년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를 통한 전통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2018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몰 9곳이 새로 조성됐고 기존에 존재하던 청년 시장 13곳이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청년 시장 사업은 전통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효과적이다. 단순히 소득 수준 향상과 소비 행태 변화만을 고려한다면 전통 시장은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청년 상인은 젊은 감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전통 시장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문화 공간으로써 전통 시장을 찾게 된다. 오동윤 교수는 “현재 대다수의 소비자는 상점의 장바구니 기능보다 여가 활동 기능을 중시한다”며 전통 시장이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생겨나는 만큼 사라지는 시장들의 이면에는

하지만 청년 시장은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부에서 지원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시장에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청년 상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은 소비자에게 아마추어로 인식되는 경우가 잦다. 남부시장에서 화랑 ‘감성민작화실’을 운영하는 청년 상인 박성민 씨(36)는 “청년이라도 자신만의 예술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한 상인이 많다”며 “청년이란 단어에 선입견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한편 전통 상인이 청년 시장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오 교수는 “기존 상인이 나이나 지역색 등으로 배타적인 측면이 강해 청년 상인과의 교류를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년 시장을 찾은 소비자가 전통 시장의 상인에게 청년 시장의 위치에 대해 물어봐도 잘 대답해주지 않는 것이 그 사례다.

상인회와 시장에 새로 들어온 청년 상인을 이어줘야 하는 정부 사업단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카페 ‘나비’를 운영하는 청년 상인 정영아 씨는 “정부 사업단이 청년 상인과 상인회 간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상인으로 구성된 상인회가 지나친 간섭을 하거나 청년 상인 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을 상인회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청년 상인과 상인회가 상생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정부 사업단의 짧은 활동 기간도 문제다. 청년 상인 육성 사업은 1월에 공고가 나면 정부가 그 해 5~6월에 지원받을 업체를 발표하고 사업에 참여할 상인에 대한 교육을 완료한다. 그러면 상인들은 대체로 10월쯤에 가게 문을 연다. 하지만 정부 사업단은 12월 이전에 해체된다. 사업단이 청년 상인 모집과 임대를 중점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에 청년 상인팀보다 먼저 출범한 후 청년 상인이 개업을 하면 지원 사업에서 물러난다. 청년 상인이 시장에 정착하기도 전에 사업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청년 상인은 창업 초기의 애로 사항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정윤정 대리는 “사업단은 한시적이고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청년 상인과 사업단의 활동 시기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지원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창업 전 컨설팅만을 지원해주고 창업 이후 가게 경영 방향에 대한 컨설팅은 지원해주지 않는다. 창업 전 컨설팅이 사업 아이템의 적절성에 관한 것이라면 창업 이후 컨설팅은 창업자가 어떻게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 청년 상인이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창업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 상인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본 바 있는 ‘iceo실전마케팅연구소’ 김상미 대표는 “현재는 사업 분야별 전문가가 없어서 세분화된 멘토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창업 후에는 정부의 컨설팅 지원이 없기 때문에 사후 컨설팅은 컨설턴트 개인의 재능 기부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청년몰 자체가 실패해 폐업 단계에 이르는 경우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것도 문제다. 남부시장에서 수제 초밥집을 운영하는 청년 상인 마덕진 씨(33)는 “청년몰이 문을 닫게 되더라도 잘 되는 가게에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시장이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청년 상인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상인 간 협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먼저 청년 상인 간 협업이 중요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 상인이 모여 식자재를 함께 구매하거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 협업의 한 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경우 주기적으로 반상회를 열어 청년 상인 간 이견을 조율한다. 이들은 반상회에서 홍보, 총무, 환경정비 등의 팀을 구성해 계획을 점검하고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 토의한다. 남부시장 청년몰의 반장인 정영아 씨는 “상인 간 활발한 교류와 협업이 가능한 것이 청년 시장의 장점”이라며 “이를 기대하고 청년 시장에 입점하는 상인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 상인 간 협업뿐만 아니라 기존 전통 시장의 상인과 청년 상인 간 관계도 중요하다. 예컨대 기존 상인은 청년 상인에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고 청년 상인은 기존 상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SNS 홍보를 도와줄 수 있다. 마덕진 씨는 “요식업에 종사하다 보니 기존 상인의 가게에서 식자재를 구매한다”며 “전통 시장과 청년몰이 함께 생존하기 위해서는 공존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 상인의 자립에 초점을 둔 지원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많은 예산을 투입하거나 청년 상인을 많이 모집하는 것보다 선정 팀에게 맞춤형 지원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 창업 전 교육 과정에 실무적인 내용을 포함하거나 사업 분야별 전문가와 청년 상인을 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상미 씨는 “창업 심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보다 중요한 것은 실무 교육”이라며 “예를 들어 요식업에 대한 계획만 있고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 상인의 경우 실무 교육을 통해야만 적절한 메뉴와 그에 따른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청년 상인의 멘토 역할을 하는 전문가는 대부분 공무원”이라며 “창업 단계별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멘토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분야별 전문가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많은 지역 주민의 이목을 끄는 색다른 콘텐츠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청년 시장은 지역 주민이 자주 방문하는 문화 시장이 돼야 지속적인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문화 공연과 영화 상영을 하는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의 ‘모던한 밤 축제’와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청년국 유령시장’이 대표적이다. 마덕진 씨는 “축제 같은 행사의 경우 상인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상인 회비로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부의 지원 대부분이 청년 교육, 임차료와 내부 인테리어 비용 보조, 컨설팅과 같은 청년 상인의 입점과 창업에 관련된 분야에 편중된 실정이다. 정윤정 씨는 “아직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거나 청년 상인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며 “앞으로는 청년 시장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문화 콘텐츠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시장은 기존의 전통 시장에 현대적인 문화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결국 청년 시장은 지역 주민과 어우러져 하나의 지역 문화로 성장해나가야 한다. “청년 시장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민에게 소풍 오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되면 좋겠다”는 한 청년 상인의 바람처럼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 시장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실효성을 고려하는 측면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전통 시장에 활기를 더한 청년 상인의 열정이 계속해서 시장을 밝게 비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손유빈 기자 yu_bin0726@snu.ac.kr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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