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중점 사업 지정 

지원 약속에 서울대는 ‘심의 중’ 

연대와 고대, 반도체학과 신설 예고

학생들의 반응은 "글쎄?"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하며 반도체 전문가 양성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서울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반도체학과)가 신설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와 함께 학사과정 반도체학과 신설을 예고한 상황이다. 반도체학과는 정부와 연계 기업체로부터 학과 운영 전반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되며, 입학생들 또한 장학금 및 채용 보장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후 특성화 교육을 토대로 각 과 졸업생을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학과의 교육 대상은 일반적으로 석·박사생 및 기존 산업체 근로자 등 다양할 수 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반도체학과는 학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대 반도체학과 신설과 관련해서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으며, 현재 공대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공대 차국헌 학장(화학생물공학부)은 “반도체는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 중 하나”라며 “서울대가 국가 주도 혁신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공대 교수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대 입장에서는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받는 좋은 기회를 포기하기 어렵다”며 국가 지원 전제로 참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국헌 학장은 “서울대는 타 대학과 달리 학부과정에서의 기업 연계 선례가 없고, 또 대학원 모집이 연이어 정원 미달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학부 설립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 확답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앞으로 학내에서 진행될 논의를 지켜보며 유동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대는 반도체학과를 개설하더라도 ‘특정 과 밀어주기’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공대 여러 학과가 연합해 연구하는 융합적 성격의 플랫폼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한 최종 목표는 서울대의 공공성 확보다. 

공대는 공대 내 학사위원회 및 교수회의 등을 거친 뒤, 5월 말 공식적으로 교무처에 반도체학과 신설을 제안할 예정이다. 교무처는 공대 측 신청서를 바탕으로 기관별 의견 수합 및 기업체와의 면담 등을 거친 후 학사운영위원회, 평의원회, 이사회 등의 의결을 통해 반도체학과 개설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서울대는 석·박사 과정과 달리 학부과정에서 기업 연계 계약을 허용하지 않아, 반도체학과를 개설하려면 학사위원회를 통한 별도의 학칙 개정 또한 이뤄져야 한다. 신석민 교무처장(화학부)은 “하나의 기업과의 연계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여러 기업 혹은 협회와의 계약 식으로 이뤄질 것 같다”며 “공대로부터 전달받은 제안서를 바탕으로 학과 설립이 교육기관으로서 받아들일 만한 요구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 사이에서는 반도체학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기정보공학부 임채현 학생회장(전기정보공학부·17)은 “이미 전기정보공학부에서 대부분의 학생이 반도체를 전공과목으로 배우고 있고, 이 외에 재료공학부 및 화학생물공학부 등에서 반도체 관련 지식을 배운다”며 “학과 신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대 임지현 학생회장(화학생물공학부·16) 또한 “반도체 분야 취업에 특화된 과를 추진하는 것은 여러 단과대와 교류하며 수학할 수 있는 종합대학의 장점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 외에 기업이 학과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도 주변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외부 언론으로부터 처음 서울대 반도체학과 논의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는 그는 “교수 및 학교로부터 주어진 정보가 적어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원활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며 “최근 행정실과 계속해 소통하고 있으며 공대 부학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등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공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 학생회는 반도체학과 추진이 계속된다면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공대 내 의견 수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