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서울대 총장선출제도의 미래를 살펴보다

제27대 총장선거는 두 번 치러졌다. 지난해 여름, 학내구성원은 구성원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했으며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총장선출제도를 지난 총장선거의 파행 원인으로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3월 26일 진행된 ‘총장선출제도 회고 및 제언’ 토론회에서는 모든 학내구성원이 총장선출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그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총장선출제도의 현주소와 서울대의 총장선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기호 1번 정책평가단: 한 번만 더 믿고 맡겨 주시면 다음에는…

총장선출제도를 크게 둘로 나누면 구성원의 직접투표로 총장을 결정하는 직선제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혹은 이사회의 주도로 총장을 선출하는 간선제가 있다. 지난해 두 번의 총장선출과정에서 서울대는 직선제와 간선제가 혼합된 절충형 방식으로 총장선출을 진행했다. 총추위는 지원자 중 자격요건과 결격사유 유무 등을 고려해 총장후보대상자를 선정한 후, 소견발표회를 진행해 5인의 총장예비후보자를 선정했다. 이 5인을 대상으로 총추위 평가와 정책평가가 진행됐다. 무작위로 선택된 교원과 직원, 사전에 정책평가단 등록을 한 학생이 정책평가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직원과 학생의 정책평가 결과는 각각 교원의 14%, 9.5%로 환산됐다. 정책평가단은 △교육, 연구 등 정책과 실현 가능성(40%) △비전과 리더십(40%) △국제적 안목(20%) 항목에 대해 각 후보자에게 1~3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나온 정책평가 결과가 75%, 총추위 투표 결과가 25%의 비율로 합산돼 총장후보자 3인이 선정됐으며, 이사회가 3명 중 최종 1명을 선택했다. 이후 교육부장관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총장이 최종적으로 임명됐다. 

많은 학내구성원은 정책평가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복잡한 투표 방식을 꼽는다. 김화진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정책평가단 제도는 복잡한 선거 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와 정치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큰 제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제도에서는 한 후보의 평가 항목에 모두 최고점, 나머지 후보의 평가 항목에 모두 최하점을 부여해 지지하는 후보자와 세 배의 차이를 낼 여지가 있다. 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아 고르게 점수를 부여한 구성원의 표는 투표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후보의 역량을 다양한 방면에서 평가하고자 했던 정책평가단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정치적인 투표’를 가능하게 했다.

각 구성원의 정책평가 반영비율을 정하는 데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평의원회가 제시한 정책평가단 반영비율 안을 두고 교수, 직원, 학생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대학신문』 2017년 11월 27일 자) 당시 공청회에서 직원과 학생대표는 교원의 반영비율을 낮추고 직원과 학생의 반영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교수협의회(교협) 측은 25% 반영되는 총추위 투표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성원 누구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제도가 확정된 이후에도 총학생회는 학생의 반영비율을 높이고 총추위에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으며 교협과 함께 본부에 총추위 투표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책평가 당일 무작위로 선정된 소수의 인원만이 정책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전체 평가결과에 50% 이상을 차지하는 교직원 정책평가에는 정책평가 당일 무작위로 선정된 교직원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불참 의사를 밝히면 다음 순번의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이는 특정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정책평가단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키웠으며, 어떤 후보의 지지자가 정책평가단에 얼마나 많이 선정되는지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무작위로 선정되는 정책평가단 방식이 구성원들의 투표 효능감을 낮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총추위 간사로 활동했던 김동욱 교수(행정대학원)는 “지난 총장선출제도는 교직원의 투표권을 확실히 보장하지 않았기에 교직원들이 후보와 공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호 2번 직선제: 구성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습니다!

총장 직선제는 일명 ‘대학 민주주의의 꽃’이다. 앞서 언급한 복잡한 투표 방식과 일부만 투표에 참여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선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의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고 이야기된다. 총장 직선제는 선출된 총장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어 대학을 강하게 결속하고, 학내구성원이 학내 운영에 더욱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의 일부 대학들은 간선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직선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화여대, 2018년 성신여대에서는 교수, 직원, 학생, 동문이 모두 1인 1표를 행사하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해외 유명 대학 중에는 영국의 케임브리지대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한다. 총장선출위원회가 총장후보자를 물색해 후보자명단을 대학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교수·직원·석사학위 이상의 학내구성원이 모두 한 표를 행사해 최다득표자가 총장으로 당선되는 구조다. 2년 전 성신여대의 총장선출제도를 직선제로 바꾸는 데 참여한 성신여대 김호성 전 총장(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은 “현재 총장이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총장이다 보니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구성원들의 합의를 잘 끌어내고 있다”며 “본인이 직접 피해를 받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뽑은 총장이라는 생각으로 구성원들이 그 정책을 지지하게 된다”고 직선제를 평가했다.

지난 2011년 법인화 이전에는 서울대도 교수와 직원을 중심으로 한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총장후보는 추천위원회가 선정했으며, 모든 교수와 직원이 투표에 참여해 교수는 1인 1표, 직원은 0.1표로 환산됐으며 학생은 총장선출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투표 결과를 토대로 2명을 교육부에 총장 후보로 추천했으며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총장을 임명했다. 

총추위 간사였던 김동욱 교수는 ‘총장선출제도 회고 및 제언’ 토론회에서 현행 제도에 직선제적 요소를 강화한 방안을 제안했다. 변경된 것은 △정책평가 총추위 비율 25% 삭제 △교수, 직원, 학생 1인 1표제 △교원 정책평가에서 단과대별로 1표당 가중치를 다르게 두는 ‘안분율’ 제도다. 김동욱 교수는 “지난 총장선출 과정에서 제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제도개선의 이유로 “교직원의 참여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개선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교수, 직원, 학생 대표는 “전체 교직원의 투표 참여와 단순한 투표 방식이 총장선출에 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구성원의 투표 반영비율에는 차이가 없는 점, 안분율 제도가 규모가 큰 단과대에 역차별을 불러온다는 점, 검증과정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총장 직선제는 총장선거를 과열시키는 한계가 존재한다. 김화진 교수는 “총장선거는 직선제로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극복해야 할 문제로 ‘선거의 혼탁’과 ‘인간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선거결과’를 꼽았다. 한편 2012년 정부가 제시한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서는 “폐쇄적인 지배 구조로 교육, 연구 분위기를 훼손하고 각종 공약 남발로 등록금 인상을 일으킨다”는 점이 총장 직선제의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2018년 총장선출 당시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선거 대응을 위한 학생 TF’에서 활동했던 이동현 씨(자유전공학부·13)는 “대학 총장은 교육과 학문을 옹호해야 할 사람인데 서울대의 총장은 오히려 정치인에 가깝고 출마한 후보들도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며 “총장 직선제가 이런 문제점을 부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호 3번 간선제: 오랜 검증을 거쳐 제대로 뽑겠습니다!

총장 간선제는 각 구성원의 대표가 모여 총추위를 구성해 총장을 선출한다. 구성원들의 투표는 따로 진행되지 않으며, 총추위원들이 1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후보 대상자를 검증한다. 이는 지난 총장선거 파행 이후 불거진 검증부실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안도경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선 숙의적 선임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이사회와 평의원회, 학생대표, 직원대표, 동문대표가 참여하는 총추위가 1년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자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숙의적 선임제가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구성원들이 지닌 정보와 선호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외국 대학은 이사회의 선임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재단의 이사회와 퇴직 총장 등 약 10명 정도로 구성된 총추위가 교수, 학생, 동문 등에게 조언을 받고 1년 동안의 검토와 인터뷰를 거친 뒤 총장최종후보자를 추천한다. 미국 코넬대는 대학 이사, 교수, 동문, 직원, 학생대표로 구성된 총장선출위원회가 총장 후보를 탐색하며, 내부 다수결 투표를 통해 1차 후보자를 정한 뒤 그 결과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후 이사회는 이사 64명의 무기명 투표로 총장을 선출한다. 미국 대학들의 총장선출제도는 6개월이나 1년 전부터 총장선출위원회를 조직해 오랫동안 내부 검증을 거쳐 최적의 총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학 중에는 현재 고려대가 총추위를 구성해 최종 후보 3인을 뽑고,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 간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의 총추위는 교수 15명, 교우회 5명, 법인 4명, 학생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1인당 3표를 행사한다. 그러나 총추위와 별개로 진행된 교수 총투표에서 최하위, 학생 총투표에서 3위를 한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돼 논란이 있었다. 고려대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고려대 경영학과·12)은 “더 좋은 후보가 있었는데, 제도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총추위원의 표가 정치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화여대에서는 간선제로 선출된 총장이 부정 입학, 학사 비리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이후 이화여대는 총장선출제도를 직선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대학의 총장 간선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총장 간선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숙의적 선임제를 제안한 안도경 교수는 “서울대에 선임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사회가 선택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이사회는 총장이 선임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서울대의 총장선거에서는 관련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회의 참관도 허용되지 않는 등 총추위와 이사회는 폐쇄적인 운영으로 일관했다. 현행 제도에서도 구성원들은 총추위와 이사회를 신뢰하지 못해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총장 선임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총추위를 향한 신뢰 회복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선임제는 한국 대학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대학 총장은 교육, 연구, 학교운영, 관리뿐만 아니라 교내, 교외의 정치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화진 교수는 “미국은 대학사회가 우리나라보다 덜 복잡하고, 교수들이 총장선거 결과에 이렇다 할 심정적, 실질적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아 선임제가 가능한 것”이라며 “국내 대학에 선임제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27대 총장선거는 두 번 치러졌다. 지난해 여름, 학내구성원은 구성원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했으며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총장선출제도를 지난 총장선거의 파행 원인으로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3월 26일 진행된 ‘총장선출제도 회고 및 제언’ 토론회에서는 모든 학내구성원이 총장선출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그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총장선출제도의 현주소와 서울대의 총장선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