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16년 만에 서울대에 안식년으로 방문하게 돼 무척 설렜다. 2년 반 동안 대부분 시간을 함께해 온 파트너가 있는 나는 서울대에 와서도 그와 동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와 나는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가족생활동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만약 우리가 법적 혼인 관계였다면, 서울대에서 우리의 파트너십을 인정했을까? 나는 비관적이다. 서울대 내에 거주지를 얻고 싶었던 퀴어 커플들에게 이런 서울대 정책은 차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BK국제관에서 살게 된 후, 많은 이웃이 미국과 한국보다 GDP가 낮은 나라 출신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배경들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성적 지향을 지닌 사람도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들 중 서울대가 제공하는 주거 혜택의 자격을 얻지 못해 동성 파트너를 고향에 남겨두고 와야 했던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들 대부분의 본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서울대에서 인정받을 자격 또한 박탈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많은 특권을 지닌 미국인으로서, 법적으로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의 어려운 길을 지지하고 싶다.

역사학자로서 한국인들이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적 규범을 따르길 바라는 이유와 그것이 서울대 주택 정책에 미친 영향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 특권주의가 가진 차별적 영향에 대해 항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관습적인 가족 형태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성은 결혼이 남성의 지배를 공고히 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다. 이성애 커플을 포함한 많은 관계는 결혼이 가져다주는 특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나날이 치솟는 이혼율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많은 퀴어들은 결혼이 이성애 중심적인 생활 방식을 강요한다고 반대하기도 한다. 성소수자 커플들이 서로를 향한 헌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불공평한 제도를 유지하는 한국 사정을 다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 커플에게도 주택 제공과 같은 서울대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보장돼야 한다.

끝으로, 서울대 인권 센터나 다양성 위원회 어느 쪽도 학교의 주거 정책에 반대하는 노력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소수자들의 안정 보장을 위해 설립된 기관들이 이와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에 실망스럽다. 2003년 연구생으로 서울대에 왔을 때부터 성소수자 모임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사회적 정의를 위해 투쟁해 왔다. 2019년 현재, 가족과 같은 개념들은 천천히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글을 통해 다양성 가득한 캠퍼스에서 공부할 소중한 기회를 얻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서울대가 차별적 주택 정책을 끝낼 수 있길 희망한다. 나아가 서울대가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안녕을 증진하는 데 앞장설 수 있길 바란다.

 

토드 헨리 교수

미국 UCSD 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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