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020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교육하는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 개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가 대학원의 한 과정으로 개설된 적은 있으나, 별도의 전문대학원 설립은 서울대가 최초다. 현재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의 개원에 대해 학내 구성원 간의 합의 도출을 위해 여러 가지 설립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을 신설하기 이전에 본부는 의사 수렴과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데이터사이언스는 새로 생긴 학문 분야로서 그 분야의 정체성이 아직 모호한 상태다. 통계학, 전산학,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관련 분야와 공통점과 차이점이 아직 잘 정립돼 있지 않아 무엇을 교육하고 연구할 계획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연구는 이미 통계학과, 컴퓨터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융합기술대학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학내의 많은 전공 분야에서 데이터를 다루고 있는 바 이를 전공하는 학사 단위와 무엇이 어떻게 다르게 진행될 계획인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신입생이 수여 받을 데이터사이언스 전문석사와 데이터사이언스 박사가 기존의 다른 학위들과 어떠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40명의 전문석사과정, 15명의 박사과정 학생정원으로 기존 전공의 대학원 연구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게다가 정부 지원금이 있다는 이유로 전문대학원과 같은 큰 학사단위를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성급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학내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본부는 합리적인 전문대학원 신설의 이유를 제시해 본부 주도로 학내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본부는 대학원 운영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전문대학원 신설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신설 전문대학원인 만큼, 해당 전공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교원을 미리 준비하고, 전공의 커리큘럼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융합적인 학문분야를 다루는 만큼 기존의 학사단위와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 종속되거나 지나치게 독단적인 학문을 추구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 과정 모두 ‘정원 미달’이 발생하는 등, 이공계 학생들의 대학원 기피 현상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가을학기에 신설되는 카이스트의 인공지능학과에 매우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고 알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따라가려는 구색 맞추기식 전문대학원 신설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 큰 만큼 제대로 된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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