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에서 먼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이를 시행한 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에 따라 서울대 내에서도 비학생 조교와 시설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학내의 여러 기관과 조직들에서 직 전환을 둘러싼 문제의 상당수는 아직도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인바 한시바삐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8일 자 대학신문 기사에 따르면 현재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위원회에서는 재정 상태, 인력 규모, 상시 지속성이나 전문성 등 직무 특성, 다른 기관 직원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대상자가 각 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고 어떠한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이 이뤄졌는지가 불명확해 직 전환을 신청한 기관과 심사대상자들의 불만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자체 수입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이라도 최종적인 법적 책임을 본부에서 져야 하는 부담, 기관 운영이 방만해지지 않도록 견제해야 할 의무 등을 고려할 때 기관 자체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본부의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해당 기관의 의견이 현재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고 심사 결과가 객관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본부는 기간제 직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그에 따른 심사 제도의 개선에 대해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준비, 총장 선출의 지연과 그에 따른 총장 부재, 시설직 직원의 파업으로 인한 협상 등 다양한 사유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 마련을 계속 미뤄왔다. 이번에도 당초에는 3월 말까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었으나 기관 사정 등을 사유로 또다시 연기됐다. 본부는 이에 다시 올 상반기 안에는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직 전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각 기관과 전환 대상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종합적인 기준안 마련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대에는 다양한 운영 방식을 지닌 여러 기관과 조직이 있으며 과거 수십 년간의 노동시장 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고용 방식이 공존하고 있다. 그 결과 한 사무실 안에서 담당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임금과 처우가 다른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도 적지 않은 편이다.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부의 정책을 뒤따라가면서 임기응변적인 고용 형태를 유지하기보다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에서 서울대식 직원 수급 계획과 고용 방식을 창출하고 이런 새로운 모델을 사회에 보급하는 것이 서울대가 사회에 대해 가지는 또 다른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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