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newtro = new + retro) 과거를 현재의 감성으로 새롭게 되살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고리타분한 ‘우리 땐 말이야……’ ‘썰’에서 벗어나 『대학신문』이 서울대의 옛 모습을 여섯 번의 연재를 통해 만나보고자 한다. 지금 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한 서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즐겨보자.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우리는 항상 ‘오늘은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한다. 끼니를 챙기는 것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중요하지만, 과거 서울대 구성원에게도 중요한 일이었다. 40여 년 전인 1980년대에도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식당과 그 주변은 학생들로 크게 붐벼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옛날 학생식당의 풍경을 살펴보기 위해 『대학신문』 기자들이 약 40년 전 발행된 『대학신문』을 펼쳤다.

△1980년대, 배고픈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닐 거야=1980년대 학생식당은 오후 1시까지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이용자가 가장 몰리는 12시 전후에는 식권을 사기 위한 줄이 50m가 넘는 등 식당과 그 주변이 매우 혼잡했다. 식권 판매가 1시보다 훨씬 전에 마감됐을 뿐만 아니라 식당 좌석이 부족해 수업이 늦게 끝난 경우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1989년 자료에 따르면 학생식당 하루 이용자 수는 2만여 명이었고 그중 학생회관 식당의 이용자 수는 약 6천 명이었지만, 학생회관 식당의 좌석 수는 570석에 불과했다. 1980년대 『대학신문』은 학생들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학생들의 낮은 공중도덕 의식을 꼽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카드놀이나 흡연을 하는 등 식당 좌석을 독점한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지 못한 몇몇 학생들은 교직원식당을 이용했는데, 불편을 겪은 교수와 직원에게 눈총을 받기도 했다.

△1990년대, “식사 질 나쁘다”=1990년대에는 80년대부터 고조된 학생식당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1990년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관악후생복지 실태파악과 민주적 소비조합 건설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70%의 학생들이 학생식당의 식사 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식당 운영 시간과 긴 대기 줄에 불편을 호소한 비율 역시 70%를 넘었다. 식권을 사기 위한 학생들의 줄이 길게는 100m 이상 늘어서는 경우가 많아 식사하러 가는 것이 ‘식사전쟁’으로 불리기도 했다. 학생식당의 위생 문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졌다. 실제로 1993년에 실시한 보건진료소 위생검사 결과 7개 식당의 식수에서 일반세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한편 1990년대 학생회관 식당의 식대가 1,000원 이하였기 때문에 부실한 메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관 식당을 이용했다. 이에 대해 자신을 ‘천원의 식사’의 선구자로 일컬은 이창우 명예교수(경영학과)는 “1997년 천원 학식의 부실한 식단에 충격을 받아 본부 차원에서 지원금을 제공해 학생이 낸 천원을 모두 재료비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0년대, 식사 가격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어려워=2000년대에도 여전히 학생회관 식당의 이용률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제3식당과 자하연 식당이 이었다. 2005년 『대학신문』은 학내 구성원의 식당 만족도에 대해 조사했는데, 식대가 인상되지 않으면 식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43%가 식대 인상에 대해 반대했다. 식대가 오를 경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학생식당의 식대는 계속해서 올랐다. 1990년대 초반에 700원이던 학생회관 식당의 식대가 2005년엔 1,500원이 될 정도였다. 식대 인상에도 불구하고 식사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개인이나 외부업체가 장기 독점해 운영하던 자하연 2층 식당, 교수회관 식당, 신공학관 식당 등은 학내 구성원에게 ‘맛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40여 년의 세월에도 식당 좌석 수의 부족, 위생 문제, 식사의 질, 식대 등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런 불만에 대해 식당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내 구성원이 식당에 대한 불만을 『대학신문』 의견란에 제기했을 때 다음 호 의견란을 통해 식당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최근 부활한 ̒천원의 식사'가 학내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에 지갑이 얇은 학생들을 위해 단돈 1,000원에 제공된 학생회관 식당의 식사는 임금 인상 등의 문제로 사라진 듯 보였지만, 2015년 ‘천원의 식사’로 부활했다. 또한 감골식당의 ‘채식뷔페’가 2004년 학생회관 식당에서 제공했던 채식 식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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