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임 미술교육전공 석사과정 수료
이호임 미술교육전공 석사과정 수료

길가에 돌멩이가 있다. 지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돌멩이를 대해보자.

1. 돌멩이를 있는 그대로 지그시 바라본다.

2. 들어서 만져본다.

3. 앞, 뒤, 양옆, 위, 아래에서 바라본다.

4. 찾을 수 있는 모든 색깔을 찾아본다.

5. 냄새를 맡아본다.

6. 무게를 느껴본다.

7. 두드려본다.

8. 주변의 것들 옆에 이리저리 놓아본다.

이 돌멩이는 이제 그냥 돌멩이가 아니다. 내가 보고, 만지고, 느낀 특별한 돌멩이가 된다. 그런데 돌멩이에 왜 이런 짓을 해야 할까?

예술은 일상에서 출발한다.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아를의 방’(1888)은 일상적인 방의 모습에 작가의 감정과 경험이 담겨있기에 특별한 예술 작품이 됐다. 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1917)은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됐는가. 새로운 예술에 대해 고민하면서 일상의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까닭이다. 예시를 작품으로 들어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실 예술을 즐기는 방법은 꽤 가까운 곳에 있다. 길가의 돌멩이도, 문득 바라본 하늘도, 내가 자주 쓰는 컵도, 갑자기 느껴지는 익숙한 향기도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의 경험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을 미적 체험이라고 말한다. 미술교육에서 미적 체험은 잘 그리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다르게 바라보며 잘 생각하도록 돕는 미적 교육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바라본다는 의미는 대상을 눈으로 본다는 것을 넘어 지각하고 인지하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을 이해하는 과정 안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일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에 미적 체험은 일상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소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은 꽤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한 일이다. 아니 반대로 삶이 궁지에 몰리는 순간 비로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미술을 해왔지만, 진정한 미적 체험을 경험해본 것은 학부 졸업전시를 위해 온전하게 순수한 나의 것을 만들어 보면서였다. 돌멩이를 바라본 것도 이때였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길가의 돌멩이, 스산한 밤하늘, 익숙했던 미대의 붉은 벽돌색, 그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하나둘 자세히 바라보고 느껴보니 내가 보였다. 주변의 것을 바라보며 나의 감각과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경험이 세상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시작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지금은 그때를 기억하며 또 다른 경험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돌멩이를 8가지 방법으로 바라봤다면 이제 또 다른 대상을 찾아보자.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 짓을 또 왜 해야 하냐고? 사실 아직도 나는 공중에 떠다니는 우리의 경험들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경험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 이 경험들이 모여서 또 다른 생각을 해낼 수 있다는 것, 넓어진 생각들이 더 풍부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행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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