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9일(목) 11명에 이르는 유력인사 자녀들의 부정채용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에 대한 특혜 의혹도 여기에 포함된다. 친자녀나 지인 등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검찰은 김 의원의 소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 등 사회 고위층에 의해 저질러지는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낳는다. 

채용 청탁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기관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최근 몇 해 사이에 강원랜드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대규모의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지난 2월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공기관의 채용과정에서 수사의뢰나 징계·문책 요구가 필요한 비리만 총 182건이 적발됐다. 사회 고위층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도 그 자체로 큰 문제지만, ‘업무방해’ 여부에 의해 유무죄가 갈리는 현행법의 문제도 지적해야 한다. 현행법 상 판단의 핵심은 채용비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해 이를 이용하는’ 이른바 ‘위계’가 있었는가의 문제다. 이 잣대에 따르면 예컨대 채용 업무 담당자들이 기관의 임직원들과 채용비리를 공모 내지는 양해한 경우 업무 처리 과정에서 ‘위계’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기가 어렵고, 실제 법원의 판례도 그러한 해석의 경향을 보인다. 이에 더해 설사 부정 채용을 지시한 임직원이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정작 채용을 청탁한 사람은 이 판단 기준에 따라 별다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도 큰 문제다.

실정법을 어겼느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고위층 인사들이 권력을 앞세워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의 채용을 청탁하고 많은 경우에 그것이 실행되는 관행은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가져온다. 권력자에 의한 채용 청탁은 공정한 과정과 절차를 힘겹게 거치면서 쉽게 열리지 않는 취업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크나큰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남들에게는 ‘취업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과정을 가볍게 건너뛰고 다른 사람의 자리를 불공정하게 빼앗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정한 경쟁과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이번 KT 관련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성태 의원조차도 채용비리는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인 만큼 반드시 그 진실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부정합격자를 퇴출하고, 채용비리 피해자에게 다음 채용단계에 재응시할 기회를 주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처벌되고 부정합격자들이 퇴출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몇 해 전에 억울하게 탈락했던 사람들이 그간 입은 유·무형의 피해를 돌이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법 체계의 보완과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고위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엄정하고 단호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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