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그려낼 세상을 엿보다
5G가 그려낼 세상을 엿보다
  • 이승연 기자
  • 승인 2019.05.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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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5G 이동통신의 원리와 가능성을 파헤치다

작년 12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전파를 송출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의 5G 송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뒤이어 국내에서 5G 스마트폰이 공개돼 5G 기술은 우리의 생활에 부쩍 가까워졌다. 실생활에 5G 기술이 적용되면 사람들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신문』은 5G 기술의 원리와 활용 가능성 및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파수의 벽을 넘어 더 빠른 세상을 향해

이동통신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자유롭게 통신하는 것을 목표로 발전해왔다. 그 발전의 핵심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5G는 4G에 비해 전송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통신 주체가 사람이라고 전제한 종래의 이동통신 기술과는 달리 5G는 네트워크 범위를 사물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심병효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5G를 규정하는 세 가지 기술적 특징으로 초고속 전송,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꼽으며, “4G가 인프라가 부족하고 차선이 좁은 도시였다면 5G는 넓은 차선, 도로망, 신호체계 등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갖춘 미래형 신도시”라고 설명했다. 5G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지연시간이 줄어들며 지원 가능한 서비스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5G의 획기적인 속도 향상은 주파수 대역 확장 덕분에 가능했다. 최수한 교수(단국대 모바일시스템공학과)는 “이동통신의 최대 전송 속도는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의 범위와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이동통신은 6GHz 이하 대역을 사용했으나 이 대역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많기 때문에 넓은 대역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고주파수 대역에서는 비교적 넓은 대역을 확보하기 쉬워 5G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고주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수한 교수는 “채널에서 보내는 최대 데이터 속도는 수신 신호의 전력과 로그 함수 관계”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수신 신호의 전력 크기를 확대할 때 초반에는 데이터 속도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만 로그 함수의 성질로 인해 속도 증가량이 점점 작아져 전력만 키워서는 데이터 속도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5G는 주파수 범위를 확대해 로그 함수 자체를 위로 올리면서(그림①)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마치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 도로를 새로 개설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고주파일수록 주파수의 파장이 짧아져 전달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고주파는 유연하게 굴절되지 않고 직진성이 강해서 전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이 많아진다. 이렇게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지역을 ‘커버리지 홀’(coverage hole)이라 부른다. 커버리지 홀에는 장애물로 막혀 있거나 지하실과 같이 분리된 공간이 포함된다. 장애물이 없는 경우에도 주파수가 높을수록 전파의 도달 거리가 감소하는 경로 손실(path loss)이 발생한다. 최수한 교수는 “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5G는 큰 경로 손실을 수반하기 때문에 동일한 전력으로 데이터를 전송해도 지원할 수 있는 구역이 4G에 비해 좁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5G는 이전보다 고도화된 빔포밍(beam forming) 기술을 적용했다. 빔포밍 기술은 스마트 안테나*를 이용해 빔을 특정 방향으로 국한해 송출함으로써 전송 거리를 늘리는 기술이다. 최 교수는 “스마트 안테나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면 거리와 범위를 둘 다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5G 기술을 활용하면 EMBB(Enhanced Mobile Broadband)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다. EMBB의 예시로는 1초에 약 10억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Gbps 급의 속도가 필요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고화질 유튜브 서비스 등이 있다. 심병효 교수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스포츠 중계나 쇼핑 등과 결합돼 사용자에게 맞는 유연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G의 빠른 전송 속도는 높은 현장감과 몰입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림①은 이론상 최대 전송 속도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W)에 정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에서 N은 지구에 항상 존재하는 잡음을 의미한다. S는 수신 신호의 전력 크기를 뜻하며, S/N는 신호대잡음비(signal to noise ratio)를 나타낸다. W가 증가할 때 기존 곡선에서 5G 곡선으로 그래프가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①은 이론상 최대 전송 속도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W)에 정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에서 N은 지구에 항상 존재하는 잡음을 의미한다. S는 수신 신호의 전력 크기를 뜻하며, S/N는 신호대잡음비(signal to noise ratio)를 나타낸다. W가 증가할 때 기존 곡선에서 5G 곡선으로 그래프가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5G, 인간의 생각을 사물에 불어넣다

5G에는 최고 전송 속도(peak data rate) 증가뿐만 아니라 종단 간 지연(end-to-end latency)에 대한 고려도 담겨 있다. 5G는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종단 간 지연 유발 원인을 제거해 초저지연을 실현하고자 했다. 데이터 전송 시 오류로 인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전송은 종단 간 지연의 원인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5G는 다소 느려도 안정적인 전송 방식을 택했다. 더불어 기지국에서 데이터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스케쥴링 단계에서 지연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 지연이 최소화돼야 하는 데이터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의 스케쥴링을 무시하고 시급한 데이터를 먼저 전송한 후 나머지 정보를 재전송해 손실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끝으로 단말*이 별도의 허가 없이 기지국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 단말이 기지국의 허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사용됐다. 이렇게 기지국 차원에서 생기는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 최수한 교수는 “이를 위해 특정 단말에 허가가 필요 없는 경로를 미리 안내한 후 급한 정보는 이 방식으로 기지국에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간 지연의 최소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는 자율주행자동차나 원격 수술 제어 로봇 등의 URLLC(Ultra-Reliable and Low Latency Communications)가 있다. 운전이나 수술은 언제 위급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빠른 반응이 필요하다. 위험성이 큰 물질을 다루는 공장이나 원자력 발전소 등을 제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와 스마트 기기 사이에서 원활하게 정보를 송수신하는 데도 5G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일구 교수(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는 “전력 소모가 큰 인공지능을 모바일이나 기존의 사물인터넷 안에 넣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원격 데이터 센터에 인공지능을 설치하고 5G로 각 사물인터넷 기기와 빅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이일구 교수는 “5G로 모든 사물과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연결하려면 초저지연 연결을 보장해야 한다”며 “5G가 인공지능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5G는 사물과 기계를 포함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초연결성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분야는 개인 간 통신의 성능이나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발전에 집중했다. 그러나 개인 간 연결 성능이 좋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밀집된 상황에서 전체 성능과 품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일구 교수는 “5G는 개념적으로 여러 통신 주체가 협소한 공간에서 하나의 통신망을 공유하고 있어도 각각의 사용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5G는 좁은 범위 안에서 수십만 개의 사물 디바이스가 접속하는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밀집된 통신 주체를 동시에 연결하는 5G 기술은 mMTC(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s)의 형태로 사람과 사물을 포괄하는 네트워크로 기능한다. 예컨대 mMTC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인공지능이 다수의 기계 장치를 효율적으로 제어해 불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고주파의 직진하는 성질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우기 교수(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IT스쿨)는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 회절이나 산란 현상이 약해지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좁은 구역 내에서 일부 단말에 집중적으로 데이터를 보낼 경우에는 직진성을 지닌 고주파가 효율적”이라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사물인터넷의 상용화와 이에 기초한 산업자동화 과정에서 5G의 전파적 특성과 밀집 네트워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기술적 특징 덕분에 5G는 이동통신뿐 아니라 산업 분야와 생활 전반에 활용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의 하루에 5G가 녹아들기까지

5G의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5G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주파를 사용해 생기는 커버리지 홀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파를 중계하고 송출하는 지점을 비롯한 기초 인프라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고주파수 송출 장비가 부족해 기존 이동통신 장비로 5G 전파를 송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사용자가 4G와 5G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실제로 현재 상용화된 5G도 완성된 표준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과도기적 단계에 위치해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5G NSA(5G Non-Standalone)로 아직 4G 기지국 하드웨어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LTE망에 5G망을 추가로 연결해 기존의 인프라에 의존하는 형태는 4G 인프라에 혼선을 초래한다. 최수한 교수는 “현재 5G 네트워크가 LTE 코어 네트워크를 빌려 쓰고 있기 때문에 LTE 성능이 저하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5G의 상용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서비스가 넓은 지역에서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해 사용자들이 5G 도입의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5G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제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5G를 현재 상태만으로 속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심병효 교수는 “5G가 약속하는 초고속 전송, 초저지연, 초연결성이 한순간에 바로 이뤄질 수는 없다”며 “기술적 진보의 속도를 고려해 5G가 산업 분야와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기 교수는 “비용 문제나 데이터양을 감당하며 5G 기술을 선도하고자 할 때 공공분야에서 먼저 5G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들이 5G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5G가 지금의 4G LTE처럼 생활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과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5G가 품은 활용 가능성은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강력하다고 평가받는다. 최수한 교수는 “한국이 5G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5G 기술이 대중화돼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 수 있길 기대해본다.

 

*스마트 안테나: 배열 안테나의 위상을 제어해 원하는 방향으로 특정 신호를 송수신하는 안테나

*단말: 중앙에 있는 컴퓨터와 통신망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 결과를 출력하는 장치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ac.kr 

인포그래픽: 황보진경 사진부장 hbjk030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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