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관악구청 앞 현수막의 정체를 알아보자

추진위, 반대위, 더불어민주당 관악구 갑 지역위원회 등에서 관악구청 앞에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다.
추진위, 반대위, 더불어민주당 관악구 갑 지역위원회 등에서 관악구청 앞에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샤로수길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언제부터인가 관악구청 앞에 시민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관악구청 앞에 걸린 이 색색의 현수막들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관악구 갑 지역위원장인 유기홍 전 국회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름도 생소한 ‘지역주택조합’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현수막도 간간이 눈에 띈다. 건 사람이 누구인지도,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도 헷갈리는 이 현수막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학신문』에서 그 내막을 알아봤다.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관악구청 앞 유기홍 전 의원 비방 현수막을 처음 내건 것은 ‘편백숲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추진위)이나, 현재는 몇 개의 단체가 게시자 명단에 이름을 추가한 상태다. 추진위는 10여 년 전부터 관악로14길 일대에 ‘관악산 힐링스테이트’라는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한 지역주택조합* 설립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관악로14길 일대가 ‘샤로수길’로 알려지며 상권이 활성화되자 기존의 아파트 단지 건설 계획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삼성공인중개사사무소 남영우 대표는 “인기 많은 원룸과 상가를 누가 아파트와 바꾸려 하겠느냐”며 “샤로수길에 아파트를 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계획”이라 주장했다. 샤로수길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 역시 “지역주택조합 설립 시도 자체를 갖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지역주택조합 성립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하기 위해서는 주택법시행령 제20조에 따라 아파트를 지을 땅의 80% 이상에 대한 사용 승낙을 받아야 한다.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추진위는 여러 편법을 동원해 부지 확보에 나섰다. ‘낙성대 지역주택조합 반대위원회’(반대위)에서 수집한 주민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공사 현장에 고급 차 주차 △신고 및 민원 남발 △전화를 통한 겁박 등의 방법으로 샤로수길의 지주와 건물주들을 괴롭히고 땅값을 내리려 했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취재를 일절 거절해, 반대위의 주장에 대한 추진위의 입장은 들어볼 수 없었다. 한편 지주와 건물주들의 불만을 들은 더불어민주당 주무열 구의원은 반대위를 결성해 추진위의 횡포를 고발하는 한편 다양한 단체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추진위, 어떻게 건재하나?

추진위의 행태에 논란은 있을지언정 명백한 불법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관악구청이 추진위를 주택법 위반 및 허위·과장광고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관악구청 주택과 김일곤 팀장은 “신고 당시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면서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광고 역시 허위로 볼 수만은 없다고 검찰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청은 불법 정황이 추가로 포착되지 않는 한 더 개입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추진위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샤로수길에 아파트가 세워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남영우 대표는 “주택조합에 돈을 넣는 사람들 중에는 노후 대비 등을 목적으로 해당 지역 밖에 살면서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며 “이런 사람들이 주택조합의 정확한 사정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인은 최근 샤로수길의 동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반대위에서는 추진위의 불투명한 운영 형태가 조합원의 명확한 판단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반대위 사무국장 B씨는 “조합원 명부 공개는 건전한 지역주택조합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추진위는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악구청 앞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추진위 측에서는 조합원들에게 ‘61% 이상의 토지가 확보됐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추진위가 잘못된 정보로 조합원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기홍 전 국회의원이 거기서 왜 나와?

유기홍 전 국회의원은 지난달 23일 유튜브 채널 ‘유기홍TV’에 올린 영상에서 “관악구청 앞 현수막에 적힌 내용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현재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왜 난데없이 유기홍 전 국회의원의 이름이 현수막에 등장한 것일까? 

같은 영상에 등장한 주무열 구의원은 “더불어민주당까지 추진위에 괘씸죄로 걸린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유기홍 의원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주무열 구의원과 같은 지역구에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아무 상관도 없는 유기홍 전 의원을 공격해 압박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추진위 측에서 반대위를 낙성대동 주민의 모임이 아니라 특정 정당의 정치색을 띤 집단인 양 몰아가려는 듯하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관악구 갑 지역위원회와 반대위는 각자 추진위에 맞서 추진위의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는 ‘맞불 현수막’을 걸어놓은 상태다.

관악구청 앞의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관악경찰서는 “현수막의 게시 기한이 만료되려 할 때마다 계속 사람이 와서 연장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걸려있을 거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추진위와 반대위의 대립이 계속되는 지금, 앞으로 한동안은 관악구청 앞 현수막 대결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지역주택조합: 주택법 제11조에 의해 설립할 수 있는 주택조합의 일종으로, 무주택자들이 돈을 모아 토지를 사고 건축비를 직접 부담해 집을 짓기 위해 결성된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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