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위산업, 활로는 어디에
위기의 방위산업, 활로는 어디에
  • 최해정 수습기자
  • 승인 2019.05.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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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 국방위원회 3당 간사 공동 토론회 ‘방위산업 위기와 대응방안’

지난 8일(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3당 간사(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공동 주최로 ‘방위산업 위기와 대응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민홍철 의원은 개회사에서 “현재 우리의 방위산업은 장기간 지속된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방위산업을 제재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국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봐야 한다”고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방위산업(방산)의 현황=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발제자로 나온 안영수 방위산업연구센터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방산기업들의 생산액 역시 2015년을 기점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글로벌 방위산업이 성장세를 타고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 방위력개선비에 역대 최고 금액인 15.4조 원을 할당하는 등 방위산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하지만 2017년 방위산업체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나 감소하고, 최근 2년간 수출량 역시 2016년 대비 27.6%가 감소하는 등 실제 사업실적은 오히려 하락세를 타고 있다. 방산업계가 현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는 이유다. 

안영수 센터장은 최근 방산위기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감시 거버넌스 구조를 지적했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내·외부적으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감사원 등의 감시를 받고 있는데, 특히 국방감사단의 3개 과 중 2개가 방위사업청을 전담할 정도로 방사청에 집중적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과도한 감시는 징계 증가로도 이어져, 유관 공무원들의 능동적·적극적 활동을 저해한다는 것이 안영수 센터장의 설명이다. 위축되는 것은 방사청 공무원만이 아니다. 방산업체를 상대로 한 징벌적 조치가 증가함에 따라 방산업계도 덩달아 위축됐다. 뇌물공여 및 입찰비리 등 심각한 비리가 아닌, 시간 지체 등 경미한 계약 위반만으로도 부정당업자로 지목당하는 현실 속에서 기업의 운신의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난국을 타개할 방안으로 안영수 센터장은 감사 시스템의 변화와 사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사후 징벌 시스템보다는 선제적 예방을 할 수 있도록 감시 거버넌스 구조를 바꾸는 한편, 내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수출을 늘려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이 언급됐다. 방사청의 혁신성장 정책 지원을 담당할 씽크탱크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발표를 마치며 안영수 센터장은 “방위산업의 붕괴는 곧 국가안보의 위협”이며 “시장경제적 관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방위산업의 특징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산업의 문제점과 방산위기의 원인은?=안영수 센터장의 발표 이후, 강성덕 감사원 국방감사단장, 이상훈 방위사업청 감사관, 조정식 동아일보 부장,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를 패널로 하고 서영득 변호사를 좌장으로 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조정식 부장은 국민들이 ‘방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비리부터 떠올린다며 “방산비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검찰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단이 출범해 방산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방산=비리’라는 프레임이 사회에 형성됐다”며 “재판 결과 무죄율이 50%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방산비리 척결이 과도하게 강조돼 방위산업이 의도치 않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또한 조정식 부장은 “기술개발이 덜 되거나 국내 산업이 미진해 생기는 현실적 한계마저도 부실이나 비리로 기소하고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현실이 방위산업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원가 상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방사청에서 원가를 책정할 때 완제품 각 부품의 원가를 합해서 계산하고, 이 원가의 9%대의 이윤을 얹어준다. 그러나 원가에는 운송비, 보험료 등이 포함되지 않아 방산업체들의 실 이윤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절차적 비합리성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김태훈 기자는 “해병대에서 공격헬기를 도입할 때 이미 선행연구가 끝난 시점에서 도입할 헬기의 개수를 18대에서 24대로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선행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한 적도 있다”며 불합리한 절차·제도로 인해 사업이 장기화되거나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행정 낭비를 지적했다. 또한 김 기자는 특정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공중 폭발탄과 감압플라스틱의 사례를 들며 “명중률이 중요하지 않은 공중 폭발탄을 감사할 때 명중률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사격통제장치를 감사할 때 감압플라스틱 소재 자체의 한계인 균열을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태훈 기자는 “방산산업에 대한 비판은 군에 대한 비판으로 직결된다”며 “감사원의 성과를 보고하는 것은 좋지만 방위사업체 감사 결과를 너무 공공연하게 자랑하듯 공개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고 제언했다. 

◇감사원과 방사청의 입장=강성덕 국방감사단장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방위산업은 분야 특성상 무기를 개발하는 도중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관련된 기관이 많아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이 방위산업의 생리에 대해 무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법을 어기는 등 문제가 발생해도 문제 삼지 않는 적극행위 면책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제도는 있으나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으면 사문화된 법일 뿐이라는 지적에 강성덕 국방감사단장은 “기업들이 잘못을 숨기다가 감사에서 들키는 경우에는 적극행위 면책이 곤란하다”며 “사전에 법률적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왜 문제가 생기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마련해놓으면 좋겠다”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상훈 감사관은 “예산이 늘어났다고 사업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며 “몇 년 앞을 내다보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청 이후 방사청이 총 200여 개 정도의 사업을 관리하고 있는데 방사청 인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방사청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사업관리요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방산업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자세를 취했다. 또한 이상훈 감사관은 방산산업 활성화 대책으로 △지체상금제도 개선 △국방과학기술혁신법 제정 △수출확대 지원 △방산 이윤구조 개선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패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방청객들이 활발히 의견을 내준 덕분에 토론회는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날 수 있었다. 토론을 마치며 서영득 좌장은 “방위산업체 입장에서는 감사·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사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업체 간 기득권 싸움 속에서 수사가 왜곡될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애로사항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한편으로 방산업체들이 절차를 불투명하게 하거나 관습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등 안일하게 일을 처리하기도 하는 것 같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차원의 자정작용도 촉구했다.

방위산업체의 도전적 연구와 활발한 활동은 분명 적극적으로 지원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서영득 좌장의 말처럼 국민들이 지금처럼 방위산업을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게 된 데는 방위산업체가 비리에 안이한 대처를 보여온 탓도 분명 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여러 유관 단체가 머리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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