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타다요시 (교육학과 박사과정)
후지타 타다요시 (교육학과 박사과정)

“어디에서 왔어요?” “저는 아프리카에서 왔어요.” 사실 내 국적은 일본이다. 지금 사는 곳으로 오기 전에는 이스탄불에 있다가 베트남과 홍콩을 거쳐 칭따오에서 인천으로 이사해 왔다. 인류 역사로 보면 내 조상들은 이렇게 이동했으리라 추측되고, 나는 20세기 말 일본의 마츠도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아프리카에서 온 것은 나의 DNA뿐이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면 아마 사람들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놀랄 것이다. “뻥 치지 마!” 이런 소리도 들을 것 같다.

한국에서 외국 국적자인 나는 작년 11월에 혼인신고를 마쳤고 올 6월 1일에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다. 배우자는 서울 출신인 한국인이고 그 부모님도 한국인이다. 내 집안은 19세기 말부터 일본 호적을 가지고 있는 소위 일본인 집안이다. 이 결혼은 국제결혼인 셈이다. 

내가 계속 한국에 살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게 좋을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지인 중에는 “네가 일본 국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으니 국적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조언해 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에 거주하며 일본 국적이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일본 국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국적을 바꾸면 나는 한국인이 될 수 있을까. “후지타는 한국인이 다 됐네.” 이런 소리를 지금까지 많이 들었다. 여기서 국적까지 바꾸면 완전히 한국인으로 인정되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한국 출신이 아닌 나는 영원히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인가.

재일동포 중에는 한국 이름을 포기하고 일본 이름(통명)으로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 중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를 고향이라 하면 되는가. 일본 이름을 포기한 재일동포들은 한국에 오면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어느 일본 국적의 재일동포 세 명은 1982년에 소를 제기해 법적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회복시켰다. 그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창씨개명의 상처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역사·문화적인 뿌리가 같더라도 한국에서 태어나서 사는 한국인과 재일동포들은 명확히 구분된다. 다행히 내가 한국에 살면서 노골적인 차별을 받은 적은 아직까지 없다.

“나라는 어디세요?” 이것은 내 할아버지 세대 정도까지 일본인들끼리 출신을 물어볼 때 사용됐던 표현이다. 나라의 의미는 고향이나 출신지와 같다. 지금도 나이든 사람들 입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때도 있다. 한편 현대적인 의미로 나라라고 하면 국가를 가리키는 말이고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고 하면 국적과 같은 출신 국가를 물어보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국에서 태어난 소위 ‘다문화’ 아이들은? 미래에 내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면?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은? 모든 지역 원주민들은? 이러한 구별은 때로는 특징 지역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 무의식 중에 숨어 있는 가해와 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차별이 없어지고 그 지역에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지역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는 날은 언제 올 것인가. 나는 이를 위해 늘 인류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디에서 왔어요?” “아프리카에서 왔습니다.” 이런 코미디 같지만 나에게는 진지한 ‘의례’를 치르는 것도 이제 지겹다. 내 고향은 인류의 역사에 비춰 보면 아프리카일 것이고 오랫동안 살아온 곳은 종로 원남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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