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패스트트랙 정국,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장제원 간사에게 묻다

지난달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3개 안건이 극심한 진통 끝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국회 논의 결과와는 관계없이 내년 3월에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대학신문』 2019년 5월 5일 자) 하지만 아직 국회는 마비 상태고,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야는 현 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까. 『대학신문』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패스트트랙과 선거법 개정안에 관해 직접 물어봤다.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국회를 보이콧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보이콧’이라는 표현은 온당치 않다. 언론에서는 우리가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는 듯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장외투쟁도 병행하는 투트랙 노선을 택하고 있는 것이지, 장외투쟁만 하면서 국회 논의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다. 패스트트랙 등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산불‧미세먼지 등 급한 민생과 관련된 현안을 가지고 논의할 것이라면 당장 참여할 의향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여기에 경기부양용 예산, 곧 일자리 예산을 함께 세트로 논의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해봐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두 사안을 따로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다 무시한 채 우리가 민생 논의를 발목 잡는다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

이런 내용들은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다. 이처럼 언론 환경이 지금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장외로 나가 직접 국민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왜 선거제 개편을 반대하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자유한국당 의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해 논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 선거제 개편안이 우리에게 유리한 개편안은 아니다. 이 개편안대로면 정의당의 의석수가 대폭 확대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석수의 합은 항상 과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정의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려 정치하는 것도 아닌데,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설령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한발 물러설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선거제 개편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개편안이다. 게다가 여야 4당의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개편안 내에 산술 공식이 다섯 개나 등장할 정도로 복잡하다. 정치공학적 이해관계로 점철돼 유권자가 자신의 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 수 없는 선거제 개편안에 어떤 명분이 있단 말인가.

 

≫지금의 선거제 개편안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조건이 있다면 논의에 참가하겠는가.

가장 확실한 것은 국민의 지지다. 과거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을 때는 전 국민의 80% 정도의 뜨거운 지지가 있었다. 그 정도의 국민의 압박이 있다면 선거제 개편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정치가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선거제 개편안은 찬반이 대립하는 논쟁적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필연적으로 군소정당이 난립하게 돼 행정부를 견제할 힘이 약해진다. 상의는 양복을 입고 하의는 한복을 입는 게 이상하듯 두 제도는 공존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법 개정을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실제로 작년 12월에 여야 5당 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토를 하는 동시에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편 논의도 진행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이에 관해 여당은 묵묵부답이다. 권력구조 개편 문제도 함께 논의하고 적어도 선거제 법안만큼은 우리의 뜻을 무시하지 않고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대화의 물꼬는 터질 것이다.

 

≫앞으로 선거법 개정안의 운명을 어떻게 보는가.

앞서 말했듯 이런 누더기 개편안을 제1야당의 반대를 무시해가며 자기들끼리 합을 맞춰 통과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합리적으로 생각할 것이므로, 설령 표결에 부쳐진다 해도 부결될 것이라 본다. 만약 이걸 강행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대표는 취임 이후 야당의 말도 경청하고, 청와대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이인영 대표가 국회를 상생과 양보‧협상의 장으로 만들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 진정한 협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종민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민심’을 서로 다르게 바라봤다. 김종민 의원은 민심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복귀해야 한다 주장했고, 장제원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이 불합리하다며 개정 강행이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 경고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서 국민의 의중을 살피는 시각이 다르니 서로 다른 해답을 내놓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정쟁을 국민이 언제까지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은 법안 상정 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을 목격했고, 거듭된 대립에 소외된 법안의 처리를 기다린 지 오래다. 여야가 상이한 논리와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국민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는 점과 그들의 본분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임을 상기해 하루빨리 입장의 간극을 좁히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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