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번째 5월 18일이다.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다 눌러라 062-518”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방탄소년단의 ‘마 시티’(Ma City)란 곡이 회자됐다. 광주 지역 번호와 518이라는 숫자를 연결해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한 가사 때문이다. 이 곡으로 인해 5·18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추모하는 해외 팬들도 생겼다고 한다. 정작 얼마 전 우리 사회는 5·18 망언으로 시끄러웠다.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 세력의 집권을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일어났다. 그것은 국가폭력에 의해 실패했으나, 1987년 6월 항쟁 등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동력을 제공했다. 한국 민주화의 뿌리로 상징되는 5·18에 대해 망언을 한 이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훼손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서는 5·18 망언이 왜 잘못됐는지, 5·18의 역사적 의미와 진실이 무엇인지를 구태여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5·18 망언을 비판했고, 5·18의 의의를 밝히며 그것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5·18 망언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 발언의 주체가 펼치는 논리다. 그들은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닌데,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는 논리를 편다. 이는 5·18 망언을 한 이들 또한 적어도 겉으로는 민주화 자체에 대해 부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함축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누구도 탈민주화를 표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자다.”

 

정치학자인 웬디 브라운이 한 말이다. 철학자 장 뤽 낭시도 오늘날 자신을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민주주의자와 다른 것으로 부르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니까.”

 

기실 정당과 진영을 막론하고 저마다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심지어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인물이 스스로 민주적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누구나 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 해서 더 이상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한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5·18 망언 논란은 과연 ‘민주주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 5·18이 동력이 된 한국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5·18 정신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측에서도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는지도 말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의제가 축소되고 보수화됐으며,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따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했다고들 한다. 게다가 요즘은 혐오와 적대, 막말로 인한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논란과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래적 기능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표출된 다양한 사회 갈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며, 대중 참여의 기반을 넓히는 일일 것이다.

 

 

 

유예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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