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자연대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번쩍번쩍 빛나는 기초과학실험교육동(26동) 건물이고, 다른 하나는 곧 무너질 것 같은 자연대대형강의동(28동) 건물이다. 28동 건물은 외벽이 누렇고 내부 페인트칠이 부분부분 벗겨져 있다. 학생들은 우스갯소리로 28동 건물을 ‘흉물’이나 ‘유사건물’이라 부른다.

건물의 내부는 외관보다 더 심각하다. 고등학교 강당에서나 볼 법한 접이식 책상은 28동의 열악한 환경을 대표한다. 작은 책상에 필기할 노트북이 잘 올라가지 않을뿐더러, 필통이 올라갈 자리도 부족하다. 필통이 굴러떨어질 경우 책상을 접고 주워야 해서 소음이 생기고, 계단식으로 배치된 의자 사이에 들어가면 줍기도 곤란하다. 또한 책상이 의자 옆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거나 책상과 연결부위의 접착이 떨어진 경우도 많다. 앞줄과의 간격도 좁아 중간 자리로 들어가거나 중간에서 나오려면 민폐를 끼치게 된다. 의자 또한 흔들거리는 것이 많다. 좌석이 지정돼 있는 수업의 경우 자리 변경이 어려워 고장난 책걸상에서 계속 수업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28동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점이 문제다. 학생들 사이에선 ‘28동에서 시험을 보면 뇌를 반 떼고 보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오고 갈 정도다. ‘생물학’ 강의에서처럼 모두가 28동에서 시험을 치른다면 그나마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과학을 위한 수학’ 등 교양 수학의 경우 분반에 따라 어떤 학생은 자연대(25동), 어떤 학생은 이공계멀티미디어강의동(43-1동)에서, 또 불운한 학생들은 28동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수학 시험지는 A4 용지보다 커서 시험지가 책상 위에 올라가지도 않고, 답안지를 옆에 두고 옮겨 쓰기는 더욱 불편하다. 잘못된 풀이를 지우는 데도 타 건물 강의실에서보다 더 시간이 든다. 문제풀이에 집중하다 연필을 떨어뜨리면 이를 줍기 힘들고 움직이는 모습이 부정행위로 의심될까봐 마음 졸여야 한다. 필자는 아직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28동에서 시험을 보지는 않았지만,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28동의 냉난방 또한 열악하다고 한다. 같은 시간 안에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환경이 이렇게 다른 것은 불공평하다.

왼손잡이에게 28동의 책상은 더 큰 방해물이다. 책상이 의자 오른쪽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왼손잡이인 학생들은 손이 책상 밖으로 나와도 버티거나 책상 위에서 답안지를 작성하려고 온몸을 틀어야 한다.

28동은 자연대 유일의 대형강의동이기 때문에 시험장으로 꾸준히 사용됐다. 하지만 26동을 비롯해 시험 장소로 쓸 수 있는 훌륭한 다른 장소가 있는데도 28동에서 시험을 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내년에 재건축이 계획돼 있기는 하지만, 올해 시행되는 시험들은 여전히 28동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곧 실시될 기말고사에서는 꼭 28동을 피해서 강의실을 지정해 줬으면 한다.

 

최해주

의예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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