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의제 21의 모토다. 이 화두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지식인으로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 고민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내가 주로 몸담고 있던 캠퍼스의 환경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뜻에 동참한 몇몇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어 캠퍼스 환경감사활동과 생태 문화제를 기획하였으며, 최근에는 생협 학생위원회와 함께 ‘녹색가게 살림어울림’(http://greenshop.snucoop.com)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캠퍼스는 많은 물질과 에너지가 오가는 사회의 축소판, 내가 살고 있는 곳부터 푸르게 푸르게


녹색캠퍼스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캠퍼스라는 한정된 공간을 푸르게 가꾸는 일이 아니다. 학교는 전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많은 물질과 에너지가 오고 가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한 사회의 지식을 생산하는 구성원들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의미 깊은 일인 것이다.

얼마 전 생활협동조합에서 주최한 녹색 포럼에서 국민대학교의 녹색 캠퍼스 만들기 운동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국민대의 학교신문 공익 캠페인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몇몇 뜻있는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된다. 의기투합한 6명의 교수들과 신문사 관계자 및 학생들은 지하 주차장 건설을 통해 차 없는 캠퍼스 만들기, 남겨진 주차 공간 및 자투리 땅을 활용하여 녹지 공간 조성, 녹색 지식인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 녹색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아름다운 가게 방문 장터 개최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앞으로는 태양열 발전과 같은 대체에너지를 캠퍼스의 전력에 도입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높은 호응과 관심 속에서 국민대는 녹색캠퍼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이 사례에서 배울 점은 학생, 교수, 교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면 회색캠퍼스를 녹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새롭게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내가 몸담았던 캠퍼스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수년간 난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아 왔다. 잠식된 오픈 스페이스로 인하여 학생들이 쉴 수 있는 녹지 공간과 운동장은 점차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매일 교통 혼잡과 소음을 겪고 있고, 주차공간은 늘 부족하기만 하다. 또한 캠퍼스가 확장되면서 인근의 관악산이 파괴되고, 그 밑을 흐르는 도림천은 메말라 간다. 그동안의 학생들의 활동이 무색할 만큼, 단편적이고 임시적인 대응만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교수와 학생들을 모아 녹색캠퍼스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 출발점으로 『대학신문』이 국민대의 사례를 거울로 삼아 ‘녹색 캠퍼스 만들기 연중 캠페인’을 기획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후학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살기 좋은 녹색캠퍼스를 위해 서울대의 교수, 학생, 교직원이 공동의 지혜를 모을 때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