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인권 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를 둘러보다

지난 13일(월)부터 23일까지 서울시민청 시민플라자A에서 임종진 작가의 사진전 ‘사람+사람에 들다’가 열렸다. 서울시 인권사진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전시에는 네팔·르완다·이라크·인도·인도네시아·캄보디아·티베트·필리핀 8개국 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제시하고 인간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사진이 전시됐다. 「한겨레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던 임종진 작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치유적 행위로서의 사진을 추구한다. 그는 국제구호기관에서 활동하는 한편 5·18 고문 피해자, 7~80년대 조작간첩 고문 피해자 등 국가 폭력에 의해 상처를 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임종진 작가는 스스로를 ‘곁지기 사진가’라 지칭하며 이 사진전을 ‘곁지기 시선전’이라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곁지기 시선전은 ‘사진전’이 아니다. 사진을 찍은 자신은 ‘작가’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곁에 가까이 들어가 ‘친구’로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많은 기관에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고통스럽고 가난하다는 이미지를 통해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이는 사진을 폭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이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차별적이거나 고정적인 관념을 내려놓고 ‘우리는 같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에도 잘 녹아있다.

“어느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내 그 사람 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자가 된 나를 바라봅니다...(중략)...이제 그 한 사람을 다시 바라봅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나라는 이등분은 없어지고 경계와 구분도 무너집니다. 이제 ‘유일한 나’는 사라지고 ‘무한한 나’가 생성됩니다.”

이번 전시는 마음을 품은 시선, 세월을 품은 시선, 미래를 품은 시선, 풍경을 품은 시선, 웃음을 품은 시선, 삶을 품은 시선이라는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시민청 복도에 들어서면 정면에서 맞아주는 사진 속 소녀의 환한 미소는 사진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 오른편에는 가장 먼저 ‘미래를 품은 시선’에 대한 사진이 보인다. 사진 속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가꾸기도 하고,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호기심 어린 미소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도 우리처럼 미래를 꿈꾸고 세월을 맞이하고 삶을 살아간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신발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젊은 노동자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일과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채워간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맞은편에는 ‘세월’이 있다. 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흔적은 여운을 남긴다. 세월을 품은 시선은 사진이기에 순간의 기록이지만 그 속에는 억겁의 시간이 담겨있다. 세월의 이면에는 풍경이 고요하게 존재한다. ‘풍경을 품은 시선’에는 사진이 어느 지역인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임 작가는 “관객들이 개발도상국의 땅에 대해 척박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토양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충분히 상상하며 즐겼으면 좋겠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마음을 품은 시선’과 ‘웃음을 품은 시선’에서도 임 작가는 그들의 고통을 부각하기보다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차창 유리 밖으로 마주한,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으로 범벅이 돼 숨을 헐떡이는 이를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은 프레임을 넘어 관객에게로 다가온다.

작가는 관람객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내려다보기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수평적으로 보길 바랐다. 관람객 박성훈 씨(50)는 “개발도상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월감이나 동정심 둘 중 하나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 작가는 여기서 벗어나 확실히 다른 시선을 가진 것 같다”며 “사진만큼이나 작가의 마음도 밝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진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흔하게 듣지만, 사실은 사진에 담기는 사람들이 따뜻한 것”이라며 본인의 역할은 사진작가가 아닌 ‘사연 전달자’임을 강조한다. 그의 사진은 단편적인 미(美)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동정을 받아야 하는 고통도, 시혜를 바라는 가난도 없다. 그저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담겨있을 뿐이다.

사진: 손유빈 기자 yu_bin07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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