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이현지 기자
취재부 이현지 기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닌텐도를 사 준다는 말에 홀려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런 ‘TMI’를 왜 말하고 있냐면, 어린 시절 멋모르고 공부했던 한자 몇 자가 이번 ‘응답하라 대학신문’ 연재를 이어나가는 데 지대한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시작은 좋았다. 허예진 기자와 나는 지난 겨울방학 새로운 연재 소재를 찾아내야 했고, 당시 ‘레트로’는 그야말로 대세였으며, 도서관에는 오래된 『대학신문』이 쌓여 있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서울대의 레트로를 좇는다는 명목 아래 이번 연재를 기획했다. 소재를 잘못 건드렸음을 직감한 건 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을 펼쳤을 때였다. 세로로, 심지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인 옛날 기사의 가독성은 최악이었다. 거기다 제목마다 끼어 있는 한자라니.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읽어나갔다. 옆에는 1980년대부터 2000년(이후의 기사는 다행히도 웹에 업로드돼 있었다.)까지 읽어야 할 신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기삿거리가 될 만한 재밌는 소재가 넘쳐났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언니와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소재를 긁어모은 끝에야 겨우 연재의 골격이 탄생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기사만으로 파악하는 건 무리라 취재원을 찾아 나섰는데, 과거의 서울대를 증언해줄 이를 찾는 건 일반적인 취재원과 연락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학생회관, 도서관, 학생식당 등 주제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분이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드렸다. 서투른 취재 요청에도 친절히 응해주신 취재원들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 임도빈 교수(행정대학원), 김유중 교수(국어국문학과), 『대학신문』 40대 편집장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와 42대 편집장 EBS 송성환 기자, ‘소리지기’ 조수빈 회장(자유전공학부·16), ‘문화인큐베이터’ 이주연 운영위원장(자유전공학부·13)까지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연재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기사를 쓰며 예전 기사를 읽기 좋은 형태로 정리하는 데만 그친 것 같아 허탈할 때도 많았다. 매 편의 아웃트로를 작성할 때면 과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손이 키보드 위를 헤맸다. 하지만 완성된 기사는 결국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된 서울대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연재를 준비하며 느꼈지만, 신문은 상상 이상으로 오래 가는 매체다. 노랗게 바랜 종이에는 수십 년 전 선배들의 치열한 고민과 그 시절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걸 읽다 보면 우리가 쓰는 글도 역사의 일부가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알량한 후기마저도 디지털로 또는 종이에 인쇄돼 박제된다. 그리고 서울대가 망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내가 왜 신문사에서 현재를 기록하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신문은 동시대인뿐만 아니라 후대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2019년의 캠퍼스는 우리가 쓰는 기사 속에서 영영 보존될 테다. 또 한 번 40년이 흘러, 그때도 『대학신문』이 꿋꿋이 살아남는다면 그 기자들에게도 우리 기사가 발굴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TMI’가 무엇인지 모를 후배들을 위해 적는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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