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행정대학원 교수

2001년 내가 방문교수로 머문 듀크대학 주변 리서치 트라이앵글 지역은 초ㆍ중등 공립학교 교육여건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딸과 아들이 그 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가족은 한국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온 가족이 당연히 서울 집으로 돌아간다며 귀국 짐을 준비하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자녀와 엄마는 잔류하고 아빠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가족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기러기 아빠들은 가족이 있는 곳을 늘 마음에 두면서 몸만 한국에서 고생시키고 틈만 나면 이 곳에 와서 휴식을 취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예정한 대로 신도시 건설이 진행된다면 2012년부터 서울과 과천에 소재한 국무총리실과 7위원회ㆍ12부ㆍ4처ㆍ2청의 중앙 행정기관들이 연기군 장기면 일대 건설예정지역으로 이전될 것이다. 공무원 1만여 명은 생활터전이었던 서울과 인근지역을 떠나 신도시로 이주하여야 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기러기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많다. 내가 아는 많은 공무원들은 그 배우자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자녀들은 중ㆍ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가족이 함께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신도시가 ㆍ교육ㆍ생활ㆍ문화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 ‘행정도시 기러기’들은 신도시와 서울을 빈번하게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표출되고 정부의 정책이 단일 행정기관에서 확정되어 집행되는 경우가 점차 희소해지고 대부분의 정책은 관련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의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경제관련 부처들의 경우 국회, 정당, 이익단체, 전문가집단, 언론기관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정책참여자들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공무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은 불가피하게 된다. ‘행정도시 기러기’는 가족을 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하는 보고와 회의를 만들 것이고, 이전된 기관들은 간부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에 연락소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사무실을 늘 떠나고 싶다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기러기 공무원의 빈 가슴이 알맹이 없는 정부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